▲모녀의 대화 엄마가 가슴 깊이 묻어 둔 이야기를 딸에게 차분히 들려줍니다.
넷플릭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갈등을 단순한 성악 구도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테아의 엄마는 완고한 악인이 아니다. 그녀는 딸이 옆집 남자아이와 결혼해 이웃에서 가정을 꾸리고, 손주가 자신의 식탁에서 숙제를 하는 모습을 꿈꿨다고 말한다. 그 꿈은 아주 평범해서, 그래서 더 간절했을 것이다. 딸이 훌쩍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 사실이, 그 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서운했던 것이다.
테아 역시 흔들린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방황했고, 익숙한 삶을 떠나 새로운 나라로 향했다. 그 선택이 자유였는지 도피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녀는 엄마와 연인 사이에서 계속 갈등한다. 사랑을 선택했지만, 그 선택이 남긴 상처를 외면하지도 못한다.
영화 속 한 대사가 인상 깊게 남는다.
"엄마 혼자 방에 앉아 무한 검색에 돌입하셨을걸? 인도에 대한 온갖 걸 확대해서."
웃음 섞인 말이지만, 그 안에는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는 오늘날의 방식이 담겨 있다.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때로는 두려움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영화는 솔직하게 보여준다.
노르웨이의 겨울 풍경도 이 이야기의 중요한 배경이다. 오전 10시가 되어야 해가 뜨고, 하루에 햇빛이 3~4시간뿐인 나라, 긴 겨울은 사람들을 집 안으로, 가족 안으로 더 깊이 밀어 넣는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스키를 발에 달고 태어난다"라는 말처럼, 스키를 타는 장면은 그들의 일상이자 문화다. 테아의 어린 조카가 어른들 만큼 스키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자샨에게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 익숙한 일상 속에서 자쉬는 끝내 사랑 하나만을 붙잡고 버틴다.
<그저 평범한 크리스마스>는 국제결혼의 어려움을 교훈처럼 말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전통은 어디까지 지켜야 하고, 사랑은 어디까지 이해를 요구받아야 할까. 이 질문은 다문화 가정과 국제부 부가 늘어나는 요즘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닿아 있다. 명절과 기념일이 가장 먼저 갈등의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영화는 결국 사랑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모든 갈등을 한 번에 해결하는 마법이 아니다. 다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의 결말은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다. 그 점이 이 이야기를 더 현실적으로 만든다.
크리스마스는 가족의 이름으로 많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긴다. <그저 평범한 크리스마스>는 그 부담을 견디는 방식이 사람마다, 문화마다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쩌면 평범한 크리스마스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끝내 같은 식탁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하루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불편하고 어색해도, 그래도 끝내 함께 앉아 있는 하루. 이 영화가 보여준 크리스마스는 바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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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를 읽고, 글을 씁니다.나이 들어가는 삶의 감각과 가족. 부부의 시간, 일상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