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은 24일 광주FC를 지휘한 이정효 감독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수원 삼성 제공
역시 이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단연 이정효 감독과 수원 삼성의 만남이다. 이정효 감독은 지난 2022년부터 4시즌간 광주FC의 지휘봉을 잡으며 확고한 축구철학과 전술적 역량으로 K리그에 일약 돌풍을 일으켰다.
이 감독은 사령탑 데뷔 첫해부터 2022년 K리그2 우승과 역대 최다승점(68점)을 차지하며 광주를 1부리그로 승격시켰다. 2023시즌에는 K리그1에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인 3위 돌풍을 일으켰다. 2024-25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는 시도민 구단 최초의 8강 진출, 2025시즌에는 코리아컵 준우승의 성과를 남겼다.
이정효 감독은 올시즌을 끝으로 광주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갈망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정효 감독이 시민구단보다 여건이 훨씬 나은 빅클럽의 지휘봉을 잡는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반응이 많았다. 때마침 2025시즌이 끝나고 K리그 여러 구단들의 감독직이 공석이 된 상태였고 몇몇 해외구단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이정효 감독의 주가는 더욱 높아졌다.
이정효 감독 영입전의 최종승자는 수원이었다. K리그1 4회 우승, 코리아컵 5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이지만, 지난 2023년 리그 12위(최하위)를 기록하며 창단 첫 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2024시즌에는 K리그2에서도 고작 6위에 그치는 부진을 이어갔다. 창단 30주년을 맞이한 2025시즌에는 2위로 승강PO까지 올라오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제주SK의 벽을 넘지 못하고 1,2차전 합계 0-3으로 완패하며 2026시즌도 3년연속 2부에 잔류하게 됐다. 결국 승강PO 패배 직후 변성환 감독과 박경훈 단장이 연이어 사임했다.
최근 수원은 이미 이정효 감독 선임을 앞두고 대대적인 선수단 정리에 나서며 리빌딩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마친 상태다. 또한 수원은 이정효 감독에게 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 지급은 물론, 코칭스태프진 구성 역시 전권을 부여하며 '이정효 사단'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팀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수원이 이정효 감독에게 기대하는 목표는 당연히 다음 시즌 '1부 승격과 명가재건'이다. 전통적으로 K리그에서 손꼽히는 빅클럽을 자부하던 수원에게 강등에 이어 3년연속 2부 잔류라는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감독들의 무덤'으로 꼽히는 수원
수원은 '감독들의 무덤'으로도 꼽힌다. 2018년 서정원 전 감독의 사퇴 이후로는, 최근 7년간 6명의 감독과 3명의 대행이 거쳐가며 2년 이상 지휘봉을 잡은 사령탑이 아무도 없었다. 이정효 감독은 그동안 수원이 간절히 필요로 하던 검증된 경험과 전술적 역량에 모두 부합하는 인물이다. 이 감독은 광주 시절 이미 2부리그 우승과 승격을 경험했고, 4년간 감독으로서 각종 대회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초보 사령탑이었던 전임자들에 비하여 상위 레벨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한 지도자라는 점은 기대감을 높인다.
한편으로 이정효 감독에게도 수원행은 '하이리스크와 하이리턴'이 공존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사실 이 감독이 마음만 먹었다면 1부리그 상위권의 구단들과 계약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수원은 과거의 위상과 별개로 현재는 엄연히 2부리그에 소속되어있다. 그럼에도 성적에 대한 높은 기대치는 광주 시절과 비교할 수 없다. 당장 다음 시즌에 무조건 1부리그 승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정효 감독의 입지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수원행은, 역설적으로 이 감독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새로운 도전을 펼치기에 최적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정효 감독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었던 몇몇 1부리그 빅클럽들의 경우, 이정효 감독이 잘해봐야 '전임자가 이룬 후광'에서 벗어나기 힘든 본전에 그치거나, 혹은 스타 선수단과 프런트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부담도 컸다.
반면 승격에 목마른 수원은, 이정효 감독이 K리그의 다른 빅클럽들에 비하여 전권을 보장받으며 자신의 축구철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 광주 시절에 비하면 대기업 구단인 수원에서는 더 우수한 선수층과 이적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6시즌에는 K리그2가 14개에서 17개 팀으로, 2027시즌 K리그1은 12개에서 14개팀으로 확대되면서, 내년에는 2부리그에서 최대 4개팀이나 승격할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는 것도 수원에게 호재다.
이정효 감독의 본보기가 될만한 '윤정환(인천) 사례'도 있다. 윤 감독은 2024시즌 도민구단 강원FC를 준우승으로 이끄는 돌풍을 일으킨 이후 2025년 2부리그팀인 인천의 지휘봉을 잡아 팀을 1년만에 1부리그로 끌어올리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증명했다. 이정효 감독이 다음 시즌 수원을 1부리그로 올릴 수만 있다면 그 업적은 윤정환 감독 못지않은 성과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수원은 본래 리그 우승과 아시아 무대 정복을 지향하던 클럽이다. 이 감독에게 수원의 1부 승격은 최종목표라기 보다는, 진정한 명가재건과 더 큰 야망으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정효 감독과 수원에게 마냥 장밋빛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음 시즌도 수원은 1부에서 강등된 대구FC를 비롯하여 부천, 서울이랜드, 성남, 전남 등과 함께 호락호락하지 않은 승격 경쟁을 치러야 한다.
또한 수원의 재건을 위해서는 감독만이 아니라 프런트의 역량과 지원도 중요하다. 수원은 2014년부터 구단 모기업이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투자가 줄어들고 구단 운영의 전문성이 떨어지면서 예전의 영광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부리그에서 보낸 지난 2시즌도 감독과 프런트간에 팀운영의 방향성을 놓고 혼선을 거듭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기에, 이정효 체제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정효 감독 개인에게도 광주 시절에 보여준 통통튀는 행보와 지도 스타일을 수원에서 똑같이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사다. 이 감독은 광주에서 뛰어난 전술적 역량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하거나 감정적인 언행으로 종종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수원은 매경기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미디어의 주목과 관심도도 다른 구단들보다 뜨겁다.
광주에서는 도전자이자 언더독의 입장에 있었다면, 수원은 K리그2에서 상대팀들의 부러움과 집중견제를 받는 강자의 입장에 있다. 이정효 감독의 언행이나, 선수-심판-팬들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언제든 꼬리가 잡히면 집중적인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다가오는 2026시즌에 이정효 감독과 수원의 행보가 K리그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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