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왼손잡이 소녀>의 한 장면.
더쿱디스트리뷰션
'사랑스러운 절망'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세 모녀의 타이베이 재입성기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아이러니가 떠오른다. 수많은 선택을 하고 수많은 상황에 맞닥뜨리며 수많은 감정이 오가는 와중에, 무수한 아이러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동시에 일어나곤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슈펀의 경우 국숫집이 잘 안 되지만 바로 옆에서 만물 장사를 하는 조니의 진심 어린 보살핌을 받는다. 그의 한결같은 진심이 그녀를 어떤 길로 이끌까. 이징의 경우 만인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활달하건만 할아버지의 한마디에 크게 동요되어 악마의 왼손을 부정한다. 더 이상 왼손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서.
이안의 경우만 유독 절망이 계속되는 것 같다. 빈랑 가게에서 소위 '막 나가는' 일을 저지르고 자칫 인생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기로에 선다. 과거에도 일련의 큰일을 겪으며 인생의 행로가 크게 바뀐 것으로 보이는데 또다시 그런 일을 겪고 마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타이베이 야시장에 내려앉은 삶의 온기
그렇다, 세 모녀는 따로 또 같이 부정당한다. 상황은 제각각이나 절망적인 건 마찬가지다. 당장 생계가 걱정이고,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가 불투명하며, 나라는 존재가 부정당한다.
영화는 마냥 덮어놓고 희망을 전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현실을 시궁창처럼 처절하게 그리지도 않는다. 마치 누구나 이 정도의 어려움은 겪으며 살아간다고 생각하게끔 한다. 고로 인생을 부정하지 않고 사랑하게 만든다. 심지어 인생이라는 게 아름답게도 느껴진다. 결국 괜찮아질 거고 좋아질 거라는 믿음.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일이 희미한 기억의 일부분으로 남을 뿐이다. 그렇다는 건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 나와 우리가 생생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며 느낄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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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