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렬 JTBC PD
오승렬 제공
- 계엄군과 대치할 때 국회 보좌진의 부상도 있었나 봐요?
"그렇죠. 방송에 나와 인터뷰했던 장대현, 강윤호 비서관 같은 경우 저희가 얼마나 가까운지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었는데 거기 뚫리면 그냥 바로 본회의장이에요. 계엄군 한 분대 정도가 왔잖아요. 처음에 계엄군을 발견하고 두 명이 육탄으로 막아낸 분들이에요. 싸움을 벌인 건 아니고 오로지 맨몸으로 막아내는 과정에서 근육과 인대 부상이 있었고요. 이 외에도 기본적으로 무기 든 군인들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한 경우들이 많이 있었어요. 다들 당일에는 정신이 없어서 부상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해요. 군인들의 소극적인 행동으로 계엄이 저지됐다 하지만 충돌이 없었던 게 아니고 군인들이 모든 군인이 평화롭게 구경만 하다 돌아간 것은 아니었죠. 군인이라는 건 사실 이번 사태에서 계엄군들 같은 경우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소극적으로 행동해서 계엄 저지한 것도 맞지만 그 현장에서 시민의 적이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죠."
- 중간에 80년 5월 광주가 나오잖아요.
"지금, 이 사태가 어떤 시절의 기억을 소환한 사태인 건지 드러내고 싶었어요. 방송에는 말이 약간 잘렸는데 계엄군 말인데 술을 드신 것 같은 60대 70대 할아버지들이 계엄군 보고 '너희 계엄군이지? 또 때리러 왔지? 때려봐'라고 했다는 워딩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비극이 어떤 비극이고 무엇을 재현하고 있으며 우리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국민적인 트라우마가 뭔지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 당시 계엄군이었던 군인 인터뷰는 어땠나요?
"계엄군은 저희가 기록으로서의 입체감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현장의 플레이어였어요. 사실 뭐 계엄군을 섭외해서 직접 목소리를 들은 건 사실 어려운 진짜 어려운 일이고 JTBC 보도국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본 계엄군은 얼떨결에 비극의 현장에서 악역 맡게 된 상당히 복합적인 성격의 플레이어였거든요. 소극적으로 행동해서 계엄 막아낸 주체라고 평가받기도 하고 탄핵 판결문에 나오잖아요. 하지만 시민들이 만약에 없었다면 실제로 의결을 저지했을 수도 있어서 미화의 대상은 될 수 없다는 평가도 있거든요. 이런 분들이 현장을 당시 현장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고 어떤 고민을 했을지 굉장히 많이 궁금했어요. 결과적으로 계엄이 저지된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었고 다만 무장을 하고 국회로 출동해야 했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죠."
- 그날 가장 중요했던 게 시민이 국회로 갔던 거잖아요. 왜 갔을까요?
"시민들이라는 게 사실 단일 인격체는 아니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제가 인터뷰했던 분들 생각해 보면 어떤 분은 노조 활동하시는 분이에요 자기는 어차피 잡혀갈 텐데 어차피 잡혀갈 거 나와 막다가 잡혀가자고 하신 분도 있었고요. 어떤 분은 특별히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일단 가면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가신 분들도 있었죠."
- 바로 내란 재판으로 넘어갔어요. 중간에 많은 일이 있었고 중요한 장면이었는데 왜 재판으로 한 건가요?
"이게 정규 프로그램은 아니고 계엄 기록의 연작인데요. 이전에 탄핵 심판 다뤘고 또 대선도 다뤘고 김건희 씨의 행적도 다 다뤘고 저희가 다큐멘터리 하는 동안 이전 다큐멘터리들에 비해 새롭게 발생한 이슈는 내란 재판이었어요. 내란 재판 기록이 새로 쌓여 있었고 한동안 숨어 있었던 윤석열이 재판에 출석하기도 했고요. 그사이에 재판에서 굉장히 어처구니없는 활극이 벌어지기도 했고요."
- 재판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이건 1+1=2라고 주장하는 사람 사람들과 1+1=17만 3000이라고 주장하는 사람 간의 싸움이에요. 그러니까 이 재판 보신 분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보고 있으면 논리 다툼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1+1=17만 3000이라하는 사람들의 추악함을 보는 거야말로 우리가 전 정권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나를 보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사령관 심문할 때 술 마신 걸 거리낌 없이 말하잖아요.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는 게 놀랍더라고요.
"맞아요. 이건 보수 쪽의 큰 어르신인 조갑제 선생님의 일침이 가장 정확하지 않나 싶거든요. 우리가 그동안 말로만 듣던 대통령의 폭음 습관을 적나라하게 스스로의 입으로 실토한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요. 술버릇이 안 좋은 대통령이 버린 발작적이고 망상적인 계엄이었다고. 조갑제 선생님 말 하셨는데 공감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진술 때는 다 대충대충 횡설수설 진술하다가 오로지 그때만 생기가 돌고 구체적이고 또렷하게 정확하게 묘사하거든요. 그래서 윤석열한테 가장 중요하고 즐거웠던 건 결국 그 정도 술자리 정도였던 거 아닌가 해요. 다른 것들은 별로 안 중요하고 계란말이, 김치찌개, 소맥 폭탄주 같은 게 윤석열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던 거죠."
- 홍장원 국정원 제1차장이 증인으로 재판 출석했을 때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중요했죠. 탄핵 심판 때나 내란 재판 때나 변함없이 제일 중요한 두 증인이 곽종근 전 사령관이랑 홍장원 전 차장인데요. 홍장원 같은 경우 탄핵 심판 때부터 쭉 중요 핵심 증인으로 출석해 왔잖아요. 원래 거짓말하는 쪽은 계속 반복되는 증언 할수록 말이 꼬이고 진술이 충돌하지만, 사실을 말하는 사람의 입장은 기억을 꺼내서 얘기하는 거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법이잖아요.
또 저희가 재판을 보면서 재밌는 부분은 윤석열 측의 말이 앞뒤가 전혀 안 맞게 꼬인다거나 아니면 전혀 말도 안 되는 그 허를 찔러서 당황한다거나 아니면 판사님한테 혼난다거나 이런 분들이 우리가 재판을 보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란 말이에요. 홍장원 차장이 증인 출석 했을 때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볼 수가 있었어요."
- 한덕수 전 총리나 이상민 장관의 재판에서 보면 너무 뻔뻔한 것 같던데.
"스스로 독립투사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사실 이 재판의 혐의 자체가 워낙에 너무 중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보니까 저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는 생각해요. 그런데 한덕수 같은 경우에는 회피형에 가깝고 이상민은 뭐라고 해야 되나 철면피 형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요."
-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들의 주장이 이해가 어려워요.
"이 재판의 화룡점정은 누가 뭐래도 김용현의 재판입니다. 이 재판을 지켜봤던 모두의 공통적인 의견이 김용현 측은 재판을 실질적으로 포기한 것 같다는 거예요. 합리적인 변론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쪽에서는 오로지 단 하나의 기대는 재판 중계가 되니까 재판장에서 난동을 통해 정치적인 지지 세력을 갖춰 놓으면 판을 이상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하죠. 판이 기울면 아예 규칙 외적인 부분 건드려서 판을 엎으려고 시도하는 게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할 수 있는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일 수도 있잖아요."
- 연출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은데.
" 너무나 역사적인 사태였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극도에 충격을 주었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의 회복력을 보여준 사태이기도 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마치 잊혀진 사태처럼 우리가 생각보다 엄청난 일을 겪었는데도 그럭저럭 빠르게 회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사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저희가 기록해 나가는 게 PD로서 보람을 좀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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