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아카데미 철거에 반대한 시민들(아카데미의 친구들)의 재판 및 시위 현장.
아카데미와친구들
2023년 10월 28일 원주의 오래된 극장을 지키기 위해 영화인과 시민들이 원주 아카데미극장 앞에 모였다. 극장이었던 건물은 철거를 위해 가림막으로 둘러쳐진 다음이었다. 원주시는 철거를 강행할 것임을 알렸다. 날이 밝아오자 철거 업체의 트럭과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슬금슬금 나타나기 시작했다.
밀고 들어오는 트럭의 꽁무니에 대항하여 모인 사람들은 그저 마스크를 쓰고 팔짱을 낀채 철거 반대 등의 구호로 대응한 것이 다였다. 팔짱을 끼고 트럭과 대치가 한창이던 중 철거업체 측에서 업무방해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모여 있던 20여 명의 사람들은 경찰에 의해 흩어졌다. 어떤 이는 뒷 수갑까지 채워지는 수모를 당하고 여성 참가자는 윗옷이 말려 올라가는 치욕을 겪었다. 시의 공무와 무리하고 불통한 행정은 철거회사의 업무로 옮겨져 있었다.
올해 2월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반대 집회에 참여했던 24인의 재판이 시작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시의 공무원은 불통의 행정은 아랑곳 않고 엄벌을 요청했다. 24명의 최후변론은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도 결여한 시장의 행정에 대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유년 시절을 함께 해준 극장에 대한 간절한 말들이었고 불합리한 행정에 대한 최선의 대항이었음을 항변했다.
아카데미극장 지키려 했던 24인, 전원 무죄
▲강원도 원주아카데미 철거에 반대한 시민들(아카데미의 친구들)의 재판 및 시위 현장.
아카데미와친구들
그리고 8월 11일 1심 법원은 아카데미극장을 지키려 했던 24인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의 철거는 공적 사안임을 명백히 했고 사적 영역의 업무방해 행위에 앞서 공적 사안에 대한 대응으로서 적절성을 따진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정책의 타당성 여부와 별개로 민주적 시정의 구현과 신뢰 확보, 사회적 통합을 위하여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설득을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라며 합리적이지 않은 사유로 시민들이 요구한 시정정책 토론을 반려한 것, 철거 결정 과정의 민주적 절차가 결여된 점 등을 들어 공정하고 투명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또 팔짱을 끼고 트럭을 막고 극장 내부에 들어가는 등의 행위는 아카데미극장의 철거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표현의 행위로 평가하고 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였음을 인정했다.
집회 중에 업무방해로 수갑이 채워지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일이 예사로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경고와도 같이 느껴졌다. 시정에 비판적이고 반대한다는 이유로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죄가 될 수 없다. 과연, 육중한 트럭에 대항한 20여 명의 팔짱이 얼마나 위력적이기에 업무방해로 억압하는 행태가 참으로 교묘하다.
▲강원도 원주아카데미 철거에 반대한 시민들(아카데미의 친구들)의 재판 및 시위 현장.
아카데미와친구들
선고에 앞서 원주시장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시민통합을 위한 용서와 포용이라고 했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었다. 극장이 있던 자리엔 야외공연장이 생기고 그 옆으로 극장의 모형을 한 건물이 들어섰다. 기를 쓰고 철거한 극장의 꼴을 본뜬 것이 참 쓸쓸하고 빈약하다. 보존의 가치가 왜 한순간에 사라진 것인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이런저런 행위로 집회의 자유가 막히게 되고 공적인 사안임에도 민간의 뒤로 숨어 업무방해의 혐의까지 씌우는 일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헌법에도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보다 더 적극적인 정책은 무엇인지가 먼저 확인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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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아카데미극장 철거 반대 시민들 '무죄'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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