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Extinction Ver.2〉 코튼콜 사진
필립리
이번 작품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이 무대가 단순히 '무용인을 위한 작업'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 Extinction Ver.2 〉는 동시대 무용의 미학을 정교하게 밀어붙이면서도, 그 미학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끝까지 시험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오히려 무용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예술가, 장르 간 경계를 가로지르며 새로운 감각의 문법을 모색하는 창작자들에게 더 직접적인 영감을 던진다. 특히 영상 언어와 촬영·편집·무빙 기법을 연구하는 예술가에게 이 작품은 꽤 선명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공연에서 영상은 협업의 장식이 아니라 감각을 재설계하는 실질적 언어로 기능하고, 관객의 시선 이동 자체가 하나의 구성 원리로 흡수된다. 무대와 스크린이 서로를 번역하고, 사운드가 그 번역의 속도를 조율하는 70분의 구조는 "무용과 영상이 만났을 때 무엇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단순한 실험의 영역에서 하나의 창작 방법론으로 끌어올린다. 이런 의미에서 〈 Extinction Ver.2 〉는 무용계 내부의 성취를 넘어, 영상 기반 퍼포먼스, 전시형 공연, 라이브 시네마적 실험까지 포괄할 수 있는 확장된 지도 위에서 읽힐 필요가 있다.
초연이 가능성을 열어둔 질문이었다면, 〈 Extinction Ver.2 〉는 그 질문을 관람 방식의 확장이라는 실질적 성취로 단단히 완성해냈다. 영상의 관여도 증가는 기술의 증가가 아니라 감각의 재설계였고, 음악과 무빙, 스크린의 리듬은 그 재설계를 70분 동안 흔들림 없이 밀어붙였다. 관객과 작품의 거리가 줄어든 것은 좌석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였다.
그래서 이 작품은 '소멸'을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사라짐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니라, 사라짐을 감각하는 우리 자신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난 뒤 한동안, '무엇을 봤는가'보다 '어떻게 보게 되었는가'를 계속 되짚었다. 〈 Extinction Ver.2 〉는 무용이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넘어, 우리가 무용을 어떤 감각으로 만나게 될 것인지 새로 쓰는 공연이었다. 사라짐은 끝이 아니라, 기억의 재생 방식을 뒤흔드는 질문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날 밤의 70분을 지나온 관객들의 호흡 가까이에 조용히, 그러나 오래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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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