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여왕야구여왕
채널A
<야구여왕>은 각기 다른 종목에서 활약했던 여성 스포츠 선수 출신들이 팀을 이뤄서 '여자야구'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과정을 다룬 스포츠 예능이다.
대한민국에서 야구는 '국민스포츠'로 불릴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여자야구는 큰 주목을 받지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생소한 야구와 여성스포츠 서사를 접목시킨 희소성, '골프여제' 박세리와 '메이저리그 레전드' 추신수 등 화제성을 보장하는 색다른 캐스팅 조합, 여기에 '야구 비시즌'을 파고든 틈새 편성 전략등이, 일반 시청자들과 야구 팬덤까지 두루 아우르는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단기간에 실력을 크게 향상시키기 어려운 '기술스포츠'로서 야구초보들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는 <야구여왕>의 가장 큰 난제다. 블랙퀸즈 멤버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정작 야구를 제대로 경험해본 멤버가 거의 없는 '초보자들'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야구여왕>은 출범한지 몇 달 되지도않은 신생팀과 아마추어들에게 '전국여자야구대회 우승'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었다. 심지어 3패가 적립될때마다 '선수방출'이라는 가혹한 룰까지 추가했다. 물론 스포츠 예능인만큼 방송 서사와 출연자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장치는 필요하지만, 목표가 비현실적이다.
첫 연습경기인 디아몬즈전은, 이래서 '야구가 왜 어려운 스포츠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그래도 각자의 종목에서 시대를 호령했다고 할만한 선수 출신들이 모였음에도, 야구 구력에서 월등히 앞선 강호 디아몬즈 선수들을 상대로 처참하게 압도당했다.
야구가 다른 종목보다도 초보자에게 난이도가 더 높은 이유는, 공격보다 수비에 있다. 주자가 나갔을 때 도루를 어떻게 저지해야하는지, 투수의 와인드업 동작은 어떻게 바뀌는지, 베이스 커버는 누가 언제 들어가는지, 런다운 플레이와 송구 중계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야구는 매순간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무수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그리고 아마추어들이 이러한 세세한 룰과 기술을 모두 습득하는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또한 야구의 가장 잔혹한 요소중 하나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구기종목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정해진 시간이나 매치포인트에 도달하면 경기가 끝난다. 그러나 야구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아웃카운트 3개를 잡지못하면 이닝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블랙퀸즈는 첫 경기에서 야구 초보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그야말로 총망라하여 보여줬다. 가장 기초적인 송구와 포구도 되지않아 실책으로 잡을수 있는 아웃카운트를 번번이 날렸고, 3회까지 36점을 내주는 '농구 스코어'급 대참사를 맞이했다. 만일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았더라면 콜드게임에 도달하기도 전에 100점을 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던 상황이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래서 우승은 고사하고 정상적인 경기는 언제쯤 가능할지 의구심을 자아낼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야구여왕>이 시즌제나 장기적인 프로젝트까지 기획하고 있는게 아닌 이상, 초보자에다가 엄연히 본업도 따로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단기간에 실력을 급상승시켜 성적을 내라는 요구가 야구에서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제작진이 진정으로 여자야구와 여성 운동선수들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우승이라는 과도한 압박감을 주기보다는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었다. 차라리 '1승'이나 '목표승률 달성' 같은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팀의 발전속도에 맞춰서 차근차근 단계를 높여가는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또한 선수방출같은 '페널티'보다는, 1승을 할때마다 여자야구나 유소년 야구를 위하여 기부를 한다거나 선수 엔트리를 한명씩 추가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긍정적인 동기부여와 보상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앞으로 <야구여왕>은 짧은 시간내에 여성 운동선수들의 성장서사를 얼마나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보여주면서 결과까지 이끌어낼수 있을까. 첫 연습경기 패배 이후 절치부심한 블랙퀸즈가 과연 언제쯤 '첫 승'을 신고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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