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빌어주며 김낙수와 김부장은 서로를 떠나보낸다.
넷플릭스 '김부장' 11화 갈무리(JTBC)
낙수가 김 부장에게 "고맙다"라고 말하며 떠나보내는 순간, 그는 비로소 진짜 퇴사를 해낸 것이다. '대기업 김 부장'이라는 자아를 놓아주자 서울 자가에 대한 집착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집을 처분하고 월세로 이사한 낙수는 드디어 인생 2막을 시작한다.
드라마적 연출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자아와의 대화'는 실제 상담치료 기법 중 하나다. '내면가족체계치료(IFS)'라고 부르는데, 사람의 내면에 여러 파트가 존재하며 각각이 모두 '나'라고 보는 방식이다.
내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치료를 받을 때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상담 선생님의 안내로 '우울한 나', '버려진 나'를 만나게 되었고, 중요한 건 그 어느 파트도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김낙수와 김 부장이 서로를 안아주듯, 나 역시 내 두 파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 부장도 잘못이 없다. 자존심 때문에 자리와 집을 붙잡고 싶어 했을지라도, 그 자존심은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낙수를 버티게 해 준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그의 '강한 자아'가 존재했기에 다른 파트들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다.
이렇듯 11화는 한 사람의 심리치유 과정을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아 찾기와 자기 돌봄을 담은 치유의 드라마 <김부장 이야기>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명작이다. 한 5년쯤 지나 내가 50대가 되었을 때, 다시 꺼내 정주행 하고 싶은 그런 인생 드라마다.
번아웃, 공황장애, 우울증 등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작품은 지금 한국 사회의 중년 정신건강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한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통과해 온 40~50대 중년들은 여전히 '가장의 책임'이라는 압박과 자기 존재감 사이에서 흔들린다.
김 부장 아니 김낙수는 말한다. 행복은 거창한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소외된 파트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든 '김낙수'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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