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당도>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봉태규가 맡은 철없는 일회는 아버지 장례식을 통해 들어온 조의금으로 빚을 갚으려는 심산이다. 오래 쫓기다 보니 아들의 의대 등록금까지 가지고 자신의 살 길을 찾으려는 인물이다. 한마디로 장성한 아들을 둔 철없는 어른이다.
그는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해 돈이 가족의 삶에 영향 준다는 사실을 일찍 알아차렸다. 일회를 연기할 때 문득, 삼 남매를 온전히 돌보지 못했던 저희 아버지가 떠올랐다"라며 "자식들 때문에 어찌하지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면서도 버텨내고 있는 모습, 아버지의 표정을 상기하면서 연기했다. 무기력하고 전의를 상실한 듯한 얼굴로 일회를 마주했다"며 곱씹었다.
일회의 톤은 <펜트하우스>와는 달랐다고. 그는 "<펜트하우스>는 무대 연기처럼 판을 휘젓는 연기를 해야 했다. 톤 자체가 화를 내면서 시작한다. (웃음) 연극적으로 과장된 캐릭터와 드라마의 특성이 강했지만 <고당도>는 삶에 밀착한 끈적함을 보여주어야 했다"라며 "자연스럽다 못해 연기를 하는 건가 마는 건가 할 정도로 느껴지도록 의도했다"고 전했다.
배우라기 보다 연예인인 이유
봉태규는 요즘 인생의 변곡점을 맞은 듯했다. 그는 "20대 때는 좋은 작품도 많이 했었지만 큰 실패를 경험했다. 드라마 <워킹맨> 이후 일이 꼬이고 안 풀리다가 아버지마저 돌아가셔서 공백기를 맞았다"라며 "당시 연예계 분위기가 제작 편수를 줄였던 환경과 맞물려서 잊혀진 배우가 되었다. 주변에서는 엄청난 주목을 받다가 떨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게 힘들다는데 저는 달랐다. 공백기에 그동안 느끼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유도 생기고 서두르지 않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배우'라기 보다 '연예인'이 맞다고 규정한 그는 MC, DJ, 작가 등 다중 생활 중이다. 봉태규 석 자로 규정되는 이미지에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망설임 없이 "2012년부터 13년 동안 단 하루도 쓰지 않은 적이 없이 연재했다. 책도 세 권이나 쓰고 상도 받았다. 저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보여주어야 하는 직업이라 그런 게 익숙하다. 고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고 마음에 상처받지 않는다"라며 "이런 모습도 저의 일환이니 설득하면 된다. 그래서 예능 <방구석 1열>이나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봉태규입니다>도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다른 이미지를 떠올릴 장치가 된다. 그래서 SNS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있다. 실제도 연기에 도움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고당도>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되어 개봉 전 관객과 먼저 만난다. 영화적 사명감이 뒤따른다던 봉태규는 차기작도 독립장편 영화라며 귀띔했다. "현재 촬영 중에 있는데 감독님이 절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진짜 '죽이는 이야기'다"라며 "내후년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고당도>의 개봉을 앞두고 재미 포인트를 소개했다.
"'영화적'이라는 말은 유명인이 등장하고 CG가 많은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한 순간, 상상하지 못하는 순간을 스크린에 펼쳐내는 종합예술이다. <고당도>는 독립영화라는 궤도에서 벗어난 극대화, 재미와 오락의 영화다. 누구에게는 불편함 또는 감동이 동반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즐거워야 한다는 의미에 적합한 영화라는 점에는 자신이 있다. 다양한 영화들이 예산이나 스케일에 상관없이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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