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연명의료
KBS
11월 28일 방송된 KBS1 <추적 60분>에서는 '마지막 선택,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편을 통하여 대한민국 연명의료의 현실과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을 조명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던 박민준 씨(가명)는 최근 모친을 담낭암으로 잃었다. 의료진은 조심스럽게 민준 씨에게 담낭암 말기였던 어머니를 호스피스로 모실 것을 권유했지만,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않았던 민준 씨는 거부하고 치료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호스피스 이야기가 나온지 한달도 되지않아 병세는 빠르게 악화되었고, 결국 민준 씨의 모친은 유언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민준 씨는 자신의 고집 때문에 어머니가 인생을 마무리할 시간을 놓친 게 아닐까 후회하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준 씨는 "나무들도 사계절이 있고 사람들도 사계절이 있는데, 낙엽이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영양제를 주입한 것 같다"라며 회한을 드러냈다.
'연명의료'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 효과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의미한다. 성인들은 자신의 임종기때 연명의료를 받지않거나 중단하도록 '사전명연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문제는 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과연 얼마나 보호받고 있을까.
실제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루어지는 의료 현장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 의료진은 저마다의 입장에서 고뇌의 연속이었다. 치료에 대한 의지가 강한 환자와 가족들은 연명의료 중단을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절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거나 긴 치료 과정에 지쳐서 결국 호스피스행을 선택한 이들도 있었다. 또한 의료진은 의료진대로 환자를 끝까지 치료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환자 스스로의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선택권 사이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박지은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도리어 물어본다. '교수님 가족이면 어떻게 하겠나'라고"라는 고충을 토로하며 "남아있는 시간에 대해서 준비하고 마무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환자가 의사 선택을 하고 소통할 수 있을 때 미리 이런 부분을 논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늦지 않게 그 부분을 잡는 게 저한테도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들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결정해도 대신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2025년 기준 전국에 입원형 호스피스 기관은 약 103개소, 병상수는 1798개에 불과하다.
박중철 대학 암병원 완화의료센터 교수는 "수많은 암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그 안에서 치료를 중단한 말기 암 환자들이 이용할수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설을 갖추고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까 환자들이 마음속에 굉장히 자존감의 추락이라든가 불안감을 느낀다"라는 현실을 설명했다.
많은 중환자들은 치료받던 병원에서 마지막까지 책임져주지 못한 채, 치료 중단이 되는 순간 내쫓기듯이 다른 병원으로 가야만 한다. 그 과정만 보더라도 사실은 우리가 굉장히 사회적으로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 교수는 "결국에는 사회적 자원을 투여하고 우리가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하는데, 거기서 죽음의 문제가 굉장히 후순위로 있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현행법상 호스피스-완화의료 대상질환은, 말기 암환자 등 특정 환자들에게만 해당한다. 실제로는 말기 암환자 등 중환자들조차도 호스피스 병원에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에 따르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서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임종과정을 판단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암같은 경우에는 임종과정의 판단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그러나 치매, 루게릭병, 파킨슨병, 뇌출혈 등 비암질환의 경우, 한번 발병하면 회복이 쉽지않지만 질병의 특성에 따라 증상이 악화되는 과정이나 환자의 남은 수명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연명의료결정법의 엄격한 법규정 때문에 때문에 환자가 상태가 악화되어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거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결정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법으로 규정된 연명의료가 오히려 환자의 존엄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제약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추적60분연명의료
KBS
연명의료가 길어지면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최근 3년간 65세 이상 고령자 의료비의 절반 이상이 사망전 6개월 기간에 집중되었고, 이중 90%는 병원비 지출이었다고 한다. 환자들은 죽기 직전 회복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많은 의료비까지 감당해야하는게 현실이다. 연명의료를 거부했지만 호스피스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집에서 돌봐줄 가족이 없는 환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호하는 임종장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가 집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료기관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다.
박중철 교수는 "생명이라는 것은, 목숨을 가지고 나의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럴 수 없을때 우리는 존엄하게 퇴장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였는데 의학이 발달해서 이 두 가지를 분리해버렸다. 존엄하지 못한데 목숨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는 딜레마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을 '치료의 실패'가 아니라 '내 삶을 완성하는 순간'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존엄한 죽음은 어떻게 가능할까.
의료인인 황지현 원장은 말기 환자들을 위한 방문진료와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의 활성화를 강조하며 "앞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1인가구가 많아지는데, 그들은 어떻게 다 임종을 할 것인가. 각 지역의 반경을 정해서 그안에서 담당 의료진이 한 팀씩은 있어야 가정형 호스피스 제도가 잘 돌아갈 거라고 생각한다"며 열악한 현실을 설명했다.
또한 윤영호 암통합센터 교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결정을 했으면, 거기에 드는 의료비용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임종 과정에서 필요한 돌봄 쪽으로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예산으로 전환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죽음의 질도 좋아지고 돌봄의 질 향상이나 의료비도 줄이면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송병기 의료인류학자는 "생의 끝자락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어느 장소에서 어떤 돌봄 혹은 과정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을까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봤으면 좋겠다. 조금 더 활발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고, 정책 당국자들도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목소리가 응답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2026년 3월에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집에서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수요에 비하여 전담인력과 인프라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인은 66세부터 83세까지 17년여를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감소되면서 병원 신세를 지게되고 말년에는 요양시절과 종합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떠돌다가 그 쳇바퀴 어딘가에서 결국은 죽음을 맞게된다.' (박중철,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미래의 우리는, 과연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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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하지 못한데 목숨만 유지되는 것"... 연명의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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