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스틸 이미지
㈜엔케이컨텐츠
많은 영화가 그렇지만, <오늘하늘> 또한 상세하게 미리 서술하면 곤란한 성격의 작품이다. 다만 다소 우연성에 기대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높낮이 진폭이 제법 센 바람에 방심하던 관객의 가슴을 한 방 세 게 때리고 맞는 기분이 상당하다. 그래서 세세한 풀이는 이즘에서 그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길 권하는 작품이다.
그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지는 대학가 주위는 영화의 숨은 주연으로 기능한다. 원작자의 모교인 간사이 대학 교정은 고스란히 실사영화 배경으로 활용된다. 그래서 작중 인물들이 겪는 감각과 학창시절 비슷하게 겪은 관객의 교감이 극한으로 상승한다.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봄날의 대학 교정 분위기는 절로 추억을 소환하며 각자 마음속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출석표 쪽지를 제출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땡땡이' 대리출석이나 괜히 지나가다 소리 빽 지르고 피식 웃으며 도망가는 '젊음의 특권'이 넘실댄다.
이제는 '트랜드'나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에 밀려 사라져 가는 대학가 명소의 풍광을 카메라는 조심스레 공들여 담는다. 어느 학교에나 한두 군데는 있게 마련인 레트로 카페나 비밀 모임 장소로 환영받는 단골 가게가 토오루와 사쿠라다의 데이트 장소로 제 몫을 다한다. 재미난 별명으로 도배된 메뉴판, 학교 주변 명물로 통하며 사랑받는 가게 마스코트 반려견, 정감 넘치는 동네 목욕탕, 매일 통학하러 올라타는 전철 구내, 무엇보다 이 모든 게 어우러진 교문 앞 대학로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관객에게 당신이 바라보던 풍경이 이런 건가요? 묻듯 말이다.
대학이란 공간은 늘 다양성과 변화의 모색으로 기능해 왔다. 토오루와 사쿠라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달콤 쌉싸름한 (매운맛 강한) 로맨스의 얼개지만, 무심한 척 지나치는 주변 장치에서 이젠 사라진 듯 여기는 풍경이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레트로 카페 주인이 듣는 라디오에선 점점 망가지는 세상의 소식, 전쟁과 고통이 흘러나오고, 주인공은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반전운동 시위대와 마주친다. 사랑의 고통을 통해 세상에 닫혀 살던 토오루는 오히려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저 예쁘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배경을 넘어 간사이 대학가는 소리 없이 웅변하듯 자신만의 방에 스스로 가두던 주인공을 일깨운다. 사쿠라다가 소개한 자신만의 비밀 장소는 바로 대학 첫 여자 입학생을 기리는 (토오루는 재학 내내 있는 줄도 몰랐던) 기념관이다. 각색 과정에 추가된 해당 장면은, 그저 졸업장과 자격증을 위해 거치는 것으로만 퇴색한 대학 생활의 의미를 툭툭 일깨우는 숨은 장치다.
실패와 과오를 딛고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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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엉뚱해도 달달한 연애담인 줄 알았던 <오늘하늘>은 천둥소리와 함께 미스터리 가미한 성장 기록으로 전환한다. 오랫동안 곁에 있던 소중한 이의 마음 너무 늦게 깨닫고 절망하기, 되돌릴 수 없는 회한 품고 살아가기, 남들이 뭐라건 더 큰 후회는 하지 않겠다 결의하기, 영화에 빠져들면 엄청나게 오랜 시간 지난 듯한데 돌아보니 고작 한 계절도 못된 시간 동안 인물들은 격렬한 변화에 응전한다.
건조하게 논리적으로 주인공의 변화를 풀어내면 뜬금없어 보일 테다. 하지만 그들이 경유하는 20대 초반은 실제 일어나기 전까진 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숱하게 가능하던, 이후 삶에선 기대하기 힘든 변화가 허락되는 시기. 아니, 인생에서 거의 유일한 순간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건,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건 필사의 고심과 노력으로 돌파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바로 그 찰나에 인물들은 체면치레 벗어던지고 진심을 꺼낸다. 인류 보편의 테마인 사랑의 감정이 그 모든 걸 가능케 해준다.
그저 흔한 일본 청춘 연애물로 취급될 순 있지만, <오늘하늘>은 일단 빠져들면 먹먹하면서도 아련하게 각인될 영화다. 흔하진 않지만 어쩌면 일어날 법한 사건, 누구나 추억의 사진첩에 꼭꼭 감춰둔 대학 시절 감각이 꿈틀하는 보편성이 융합되어 여운을 짙게 남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살아가야 한다. 주인공들에게도, 응시하는 관객에게도.
<작품정보>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今日の空が一番好き、とまだ言えない僕は
She taught me serendipity
2025 일본 청춘 드라마
2025.11.26. 개봉 127분 12세 관람가
감독/각본 오오쿠 아키코
출연 카와이 유미, 하기와라 리쿠, 이토 아오이
원작 후쿠토쿠 슈스케, 동명 소설
주제가 Spitz, "첫사랑 크레이지"
수입 ㈜엔케이컨텐츠
배급 ㈜디스테이션
▲<오늘 하늘이 가장 좋아,라고 아직 말할 수 없는 나는> 포스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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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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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지 않는데도 우산 쓰는 독특한 남자의 고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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