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1일 '러브 인 서울'을 통해 내한 공연을 펼친 시그리드(Sigrid)
프라이빗커브
2019년 테일러 스위프트는 빌보드 우먼 인 뮤직 어워드에서 지난 10년을 대표하는 여성(Woman of the Decade) 부문을 수상했다. 그 당시에도 세계 최정상의 팝스타였던 그녀는 수많은 여성 뮤지션을 열거하며 그들에게서 불꽃을 본다고 말했다. 할시, 리조, 로살리아, 빌리 아일리시, 킹 프리센스 등. 스위프트가 언급한 여성 중 유일한 노르웨이 뮤지션은 1996년생 시그리드(SIgrid)였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시그리드는 현재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아티스트다. 북유럽 음악의 감성에 신스팝과 일렉트로 팝, 록의 에너지를 결합한 시그리드는 데뷔 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017년 EP <Don't Kill My Vibe>을 발표하며 주목받더니, 신인 아티스트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BBC 사운드 오브(Sound Of 2018)'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당시 후보 중에는 빌리 아일리시, 예지 등의 후보도 있었다. 이후 글래스톤베리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고,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사운드트랙 'Everybody Knows'를 부르는 영광도 누렸다.
지난 21일 금요일, 시그리드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내한 공연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공연 기획사 프라이빗 커브가 주최한 릴레이형 페스티벌 '러브 인 서울'의 일환으로 열린 단독 공연이다. 시그리드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첫 내한이었던 2023 서울 재즈 페스티벌 이후 2년 만이다.
시그리드는 수수한 옷차림을 한 채 무대 위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공연을 할 때 가장 편한 복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여타 화려한 의상은 필요하지 않았다. 흰 티와 청바지, 운동화 차림을 한 시그리드가 밴드에 이어 무대에 등장했고, 첫 곡 'I'll Always Be Your Girl'를 부르기 시작했다. 'Burning Bridges', 'Kiss The Sky', 'Do It Again' 등의 빠르고 캐치한 신스팝이 100분간 이어졌다. 지난 10월 발매된 신보 < There's Always More That I Could Say >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총 22곡이 울려 퍼졌다.
시그리드는 공연 중 여러 차례 무대 이곳저곳을 활보하며 팬들과 눈을 맞췄다. "사랑해요"라는 한국어 인사도 아끼지 않았다. 짜인 안무 대신 자유로운 막춤으로 음악을 즐겼다. 바쁜 와중에도 목소리가 흐트러지는 경우는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시그리드는 준비된 가수였다. 저음과 고음, 가성과 진성을 자유로이 오가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Sucker Punch'를 부를 때는 팬들의 떼창을 유도하고, 'Jellyfish'를 부를 때는 곡 제목에 맞게 해파리처럼 흐물거리는 느낌의 춤을 추면서 관객들과 소통했다. 기타리스트, 베이시스트, 키보디스트 등 밴드 멤버들과의 호흡 역시 훌륭했다.
공연의 여운
▲지난 11월 21일 '러브 인 서울'을 통해 내한 공연을 펼친 시그리드(Sigrid)
프라이빗커브
흥겹게 공연을 이어가던 시그리드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했다.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노래한 신보의 타이틀 트랙 'There's Always More That I Could Say'를 노래할 때는 피아노 한 대에 시그리드의 직선적인 보컬이 공연장 전체를 가득 채웠다. 시그리드의 진솔한 고백 앞에 관객들은 플래시라이트로 화답했다.
80년대 뉴웨이브 밴드들을 떠올리게 하는 같은 곡 'Have You Heard This Song'에서는 락커로서의 변신도 해냈다. 가까운 날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다. 시그리드는 마지막곡 'Stranger'를 부르면서 관중석 밑으로 내려가더니, 팬이 만든 태극기 깃발을 받아 무대 위에서 활짝 펼쳤다. 그리고 가까운 날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날 것을 기약하며 무대를 떠났다.
시그리드의 음악은 밝은 멜로디가 특장점이다. 누가 들어도 부담이 없고 즐겁다. 그러나 결코 긍정일변도의 음악은 아니다 'Don't Feel Like Crying'은 희망적인 스트링 사운드가 귀에 들어오는데, 시그리드는 이 노래를 '이별을 겪는 과정에서 만든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이 노래를 노래방(가라오케)에서처럼 부를 것을 권했다.
일부 관객들의 헤드뱅잉을 부른 'It Gets Dark' 역시 의미심장하다. 이 곡 역시 삶에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 자신의 슬픔을 대면하고 침잠하는 음악이 많은 요즘, 시그리드는 춤추면서도 부를 수 있는 이별 노래를 부른다. 공연 내내 환한 미소를 짓는 시그리드의 모습이 유독 많은 여운을 남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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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가 언급한 '노르웨이 팝스타'의 결정적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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