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75스틸컷
부천노동영화제
마지막은 필리핀계로 보이는 이주노동자 마리아(스테파니 아리안 분)다.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입국한 마리아는 이곳에서 벌어 거의 모든 돈을 고향으로 송금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 그녀가 마침내 다다른 곳이 플랜 75가 제공하는 일터, 말하자면 사람들이 죽고 난 뒤 마지막을 처리하는 일이다. 이용자의 유품을 분류해 정리하는 일을 맡아 하며 그녀는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일본이란 사회의 이면을 일본인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
만듦새가 뛰어난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겠다. 네 명의 인물이 유기적으로 얽혀들지 못하는 데다, 옴니버스 영화로의 형식적 구분과 장치 또한 미비한 때문이다. 정부 정책인 플랜 75가 사람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감하기 위한 고심 끝의 결정이었겠으나 네 개의 시점으로 나뉜 구성이 중구난방하여 그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차라리 이중 한둘에 보다 집중했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테다.
그럼에도 < 플랜 75 >는 매력적이다. 그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가 오늘의 세상과 동 떨어져 있지 않은 때문이다. 말하자면 시대적이고 유효한 이야기란 뜻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너무 앞질러 간 나머지 경고처럼 읽지 못한 것을, < 플랜 75 >는 섬뜩한 현실처럼 풀어낸다.
달라진 건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나,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인지 모를 일이다. 7%가 20%가 되기까지, 노인인구 1000만 명이 넘어선 이 나라의 미래가 정말이지 영화 속 일본보다 더 나은 준비를 하고 있지 못하단 걸 알기에 이 영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묵시록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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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