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는 순간> 스틸
시네마달
이런 문제는 한국만 벌어지는 걸까? 물론 그럴 리 없다. 카메라는 2026년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로 향한다. 여기는 문제가 없을까? 현지 상황과 전문가 인터뷰를 취재해 교차 검증에 나선다.
예상대로 가리왕산에 닥친 일이 판박이로 진행중이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지속 가능한 올림픽 개최를 약속했지만, 실제 상황은 퍽 달랐고, 올림픽이란 거대 행사가 이권을 둘러싼 각축일 뿐, 자연 훼손은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도 그들이 꿈꾸던 이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어두운 진실만 드러난다. 그저 정치가의 치적과 토건자본의 배 불리기만 확인될 뿐이다. 사실상 마피아가 따로 없는 셈이다.
영화는 올림픽의 신화를 해체하고, 21세기엔 더는 이 축제가 상징하던 가치와 의의가 유효하지 않음을 폭로해 나간다. 평창의 교훈을 이탈리아 시민들에게 전하고, 그들의 걱정을 한국 관객에게 옮기며 연대의 손길을 내밀려 한다. 그동안 국내에선 쉽게 보기 힘들던 시도다. 21세기 세계화에 환경운동과 다큐멘터리 작업도 시야가 확장되고 있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이제 코르티나 숲에서 사형 집행을 앞둔 나무를 애도하는 음악가의 연주와 가리왕산의 초토화된 현장을 교차 연결한다. 어떻게든 재생을 노력하는 애타는 시도와 벌어질 파괴를 막으려는 간절한 호소가 겹쳐지고, 국경을 뛰어넘는 국가와 자본의 폭력 대 공존을 꿈꾸는 시민의 구도가 관객의 뇌리에 서서히, 그러나 뚜렷하게 새겨진다. 도지사를 어느 당이 잡냐를 초월한 울림이다.
영화는 자연 다큐의 전형성 안에서 새로운 논점과 국제연대라는 변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자연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에 직면한 21세기 지구,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인 동계올림픽은 정작 그 업보로 인해 금세기 내에 소멸할지 모른다는 묵시록적 경고가 준엄하게 다가온다. 그런 전 지구적 조망 속에서 가리왕산 복원을 위한 싸움은 철저히 지역적으로 벌어진다. 파면 팔수록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단초로서 <종이 울리는 순간>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려는 충만한 의지의 작업이다.
<작품정보>
종이 울리는 순간
As the Bell Rings
2025 한국 다큐멘터리
2025.11.12. 개봉 80분 전체관람가
감독 김주영, 코메일 소헤일리
내레이터 솔비
출연 남준기, 윤여창
기획/제작 유랑필름
공동기획 (사)산과자연의친구
배급 시네마 달
2025 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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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