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스틸 히어스틸컷
소니 픽처스
장애는 언제까지 극복의 대상이어야 하나
지난해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등록장애인 수 263만 명으로 인구의 5%가 장애인이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에서 장애인이 그만큼의 비중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건 명백하다. 우리나라의 미디어가 그리는 장애는 아직도 이례적이기만 하다. 점유율 1%에 미치지 못하는 극소수 독립영화를 제하고, 주류 상업영화와 드라마가 장애를 그리는 방식은 '극복해야 할 재난'이며 '열등함', 또 '배려받아야 할 약자'로서의 존재를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성장물을 넘어서,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묘사되는 상황을 한국에선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문학과 영화, 만화 등에서 성평등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널리 알려진 벡델 테스트(The Bechdel Test)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테스트는 세 가지 질문으로 이뤄지는데,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둘 이상 등장하는가', '여성캐릭터 간 대화가 이뤄지는가', '남자와 관련 없는 주제로 대화가 이뤄지는가'이다. 이를 장애로 바꿔보면 어떨까. 근래 본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름을 가진 장애 캐릭터를 본 일이 있는가. 장애와 관련 없는 주제로 장애가 있는 캐릭터가 다뤄지는가.
벌써 5년이 넘은 TV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록할 만한 작품이다. 도움과 배려받아야 하는 존재, 장애 그 자체를 극복해 가는 서사의 일부로만 주목받던 장애인이 이 드라마에서는 완전히 달리 묘사되었기 때문이다. 촉망받던 야구 유망주에서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얻은 인물 백영수가 야구단 전력분석팀원으로 입사해 다른 인물과 마찬가지로 팀의 성장에 기여한다. 장애는 그저 이 인물의 오늘을 이룬 특징 중 하나일 뿐, 희비극을 이루는 극적 장치로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드라마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단 한 편도 장애를 이처럼 묘사한 작품을 만나지 못하였다.
▲이어즈&이어즈포스터
BBC
또 한 가지, 앞서 <이어즈&이어즈> 속 또 다른 주연 배우 루스 매들리는 척추질환을 앓는 장애인으로 극 중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다. 그녀가 연기한 로지 라이언스는 본래 장애인이 아니었으나, 오디션에서 그녀의 연기를 본 작가가 루스 매들리를 캐스팅하기 위하여 설정을 바꾸었다고 전한다.
심지어 <스토브리그> 속 휠체어를 탄 인물조차 비장애인 배우가 맡아 연기하고, 다른 많은 장애인 배역 또한 그와 같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 장애를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무엇이다. 반면 장애인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에겐 진입장벽이 한없이 높으니, 실재하는 장애 인구 5%가 미디어 속에선 그 십 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공유하기
장애를 꼭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나요? 이 드라마는 다릅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