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영화 <종이 울리는 순간> 관련 이미지.
시네마달
영화엔 산속 숲을 내달리는 온갖 동물들, 희귀종 곤충과 나무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복원 문제를 두고 시위하는 시민단체와 주민 간 갈등, 평창 올림픽 유치를 두고 환경을 끝까지 생각했다던 강원도 정선 군수를 비롯, 다양한 의견이 있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사연을 말한다. 흥미로운 건 산에서 나고 자라온 마을 주민들도 산의 소중함을 알지만, 경제 개발 논리에 경도돼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내주고도 여전히 일부는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민분들은 모두 친절했다. 다만 올림픽 이후 왜 본인들 마을에 경제적 이득이 없는지 의문을 품고 계신 상태였다. 사실 전문가들은 이미 동계올림픽이 장기적으론 경기 활성화 기능이 없다고들 한다. 지금껏 동계올림픽을 연 나라 중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례를 찾기 어렵거든. 항상 예산을 초과하는 비용을 쓰게 하고, 2주간 폭발적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낸 뒤 하얀 코끼리(유지 관리에 거액이 투입되는 쓸모없는 경기장과 조형물을 뜻하는 용어-기자 주)만 남게 되는 셈이다." (소헤일리 코메일)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한쪽의 일방적 생각만 담고 싶진 않았다. 정선 군수님도 젊었을 때 동강댐 반대 운동도 하셨고 나름 환경에 관심이 있더라.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이 댐으로 변한다는 걸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치인이 된 후 올림픽은 포기하기 어려운 달콤한 선물인 것 같았다. 삶의 터전이 유전자 보호구역이라 주민들은 나물도 제대로 못 캤다는데, 너무 도에서 모로 가버린 느낌이랄까. 개발 자체가 어려웠던 곳이 개발로 무너져버릴 거라곤 다들 예상 못 했을 것이다." (김주영)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이탈리아 밀라노다. 영화엔 그곳에서 삼림 훼손 및 자연 파괴 행위에 반대하는 활동가들과 시민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소헤일리 코메일 감독은 공동 제작 개념으로 우호적이었던 운동가들이 돌연 협조를 거부하고, 촬영분을 삭제해달라고 한 사연을 전했다. 정부 및 지자체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천신만고 끝에 게릴라 시위를 벌이는 청년 단체 'Pista da boh'를 만나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내심 이탈리아 민주주의 위기까지 직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종이 울리는 순간>김주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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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도 그렇고 많은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올림픽을 말하는데, 그 실체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땅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진실을 말해줄 사람을 찾는 게 힘들었다. 놀라운 건 한국이든 이탈리아든 패턴이 똑같더라. 정부와 지자체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자연을 파괴한 뒤 일부 주민을 내쫓는다. 2018년 이후 7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소헤일리 코메일)
김주영 감독은 파괴된 가리왕산을 보며 산이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젠 영상으로만 남은 하봉(가리왕산의 아래 지점)을 보며 무서웠다"며 "일부 전문가들이 개발을 지지하며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현실"이라 짚었다.
수백년, 나아가 천년을 살아온 할아버지 나무가 2주의 축제를 위해 잘려나갔다. 사람들은 그 그루터기를 찾아가 산신제를 지냈다. 이 모습을 담아내며 영화 <종이 울리는 순간>은 묻는다.
과연 그 종소리는 올림픽 이후 경제 부활의 신호탄이었는지, 아니면 자연의 소중함을 잊어버린 사람들을 향한 경고의 소리인지 말이다. 어린 주목이 1센티미터 자라는데 1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너무도 쉽게 자연에 가혹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 "내레이션 솔비, 꼭 섭외하고 싶었다" |
<종이 울리는 순간>이 진행되는 곳곳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린다. 가수이자 화가로 활동 중인 솔비가 이 영화의 내레이터로 참여, 관객과 이야기의 거리를 좁힌다. 두 감독은 솔비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꼭 작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미국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의 제안으로 한국의 악플 문화를 주제로 한 단편을 만들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솔비였다. 이들이 연출한 <페인팅 스루 패인>(Painting through Pain)은 지난해 열린 뉴욕 페스티벌 TV&필름 어워즈에서 은상을 받았다.
"당시 작품 인연으로 알게 됐는데 권지안씨가 사회 이슈와 공익 문제에 관심이 많더라. 가리왕산 이야기에 꼭 모시고 싶었다.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영화에 잘 어우러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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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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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속았다"... 평창올림픽 이후 7년, 파괴된 가리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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