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우승 감독' 포옛이 바라본 전북과 K리그의 현실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우승기념 미디어 데이'에서 속내 밝혀, K리그 발전 위한 의미 있는 조언도

25.11.06 16:06최종업데이트25.11.06 16:06
원고료로 응원
프로축구 전북 현대를 2025년 K리그1 정상으로 이끈 거스 포옛 감독이 내년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하여 "정해진 건 없다"며 열린 입장을 밝혔다.

전북 구단은 지난 11월 5일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우승기념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포옛 감독은 올시즌 K리그 우승에 대한 소회와 1년간 경험해본 한국축구에 대한 시각, 자신의 향후 거취 등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K리그의 명문인 전북은 지난 2024시즌 K리그1 10위로 창단 첫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북은 올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사령탑인 포옛 감독 영입을 승부수로 띄웠고,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전북은 지난달 18일 수원FC를 2-0으로 완파하면서 33경기(총 38라운드) 만에 일찌감치 K리그1 우승을 확정했다. 4년만의 정상탈환이자, K리그 역사상 최초의 리그 두 자릿수 우승(10회)이라는 금자탑도 수립했다.

포옛 감독에게도 전북에서의 1년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그리스 대표팀 사령탑 등을 역임했지만 유럽에서는 주로 중하위권 팀들을 맡아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평범한 커리어의 감독이었다.

특히 포옛은 지난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그리스 대표팀)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지도자로는 내리막을 걷고 있던 시기였다.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 최종 후보에도 올랐지만, 최종적으로 국내파인 홍명보 감독에게 밀린 바 있다. 하지만 올시즌 전북 부임 첫해만에 압도적인 성적으로 이끌면서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에 마침내 1부리그 우승을 추가했다.

포옛 감독은 전북에 부임하고 지난 시즌의 경기들을 복기하면서 강등 위기에 힘들어하는 선수들의 표정을 보고 전술보다도 심리적인 문제에 더 집중해야 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클럽에 부임할 때마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짧으면 몇 개월에서 , 길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전북에서의 전환점은 '박진섭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첫 원정 경기를 떠나면서 박진섭을 센터백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후로 팀이 전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무패행진으로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포옛 감독은 시즌 MVP 후보로 주장 박진섭을 추천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며 남다른 신임을 드러냈다 그는 "박진섭은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주장이라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어야 하고, 그라운드에서 감독의 전술을 대표해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과 많이 대화하며 배울 점이 있는 선수여야한다. 박진섭은 주장으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선수였다"며 극찬했다.

결과적으로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포옛 감독은 K리그에 적응하는 게 쉽지 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전북 현대는 포옛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9번째 클럽이다. 전북이 자신이 지도한 이전 클럽들과 다르거나 뛰어난 점에 대하여, 포옛 감독은 '우승과 연속 무패' 기록을 언급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실 포옛 감독은 부임 당시만 해도 우승까지는 확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내게 전북이 우승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면 취했냐고 했을 것"이라고 농담한 포옛 감독은 "하지만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한 시즌을 돌아봤다.

"감독으로서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건 브라이튼이 3부리그에 있던 시절이다. 전북에 오기 전까지 나의 가장 큰 업적은 선덜랜드를 프리미어리그에 잔류시킨 것이었다. 이렇게 1부리그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건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이다. 특히 지난해 어려운 시즌을 보냈기에 더욱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26경기 연속 무패' 기록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포앳 감독은 "이전에는 그리스 AEK 아테네(9경기 무패), 3부리그 시절 브라이턴(8연승) 시절도 있었지만 전북이 더 뛰어났다. 내 지도자 커리어에서 이러한 무패 기록을 다시 재현하려면 기적이 필요한 것 같다"며 애착을 드러냈다.

전북에서 능력을 증명한 포옛 감독은 최근 다시 유럽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옛 감독은 시즌 중 영입 제안을 밝혀온 해외 구단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면서도, 아직은 전북과 계약이 남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지난 6월에 영입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저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우승이 가까운 상황이어서 거절했다. 현재는 유럽에서 들어온 오퍼가 전혀 없다. 저는 현재 전북과 계약되어있고, 구단과 다음 시즌 준비에 대한 미팅도 예정되어 있다.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확답을 드릴수는 없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는 걸 지양하기 때문에 지금은 2관왕(코리아컵 우승)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편으로 포옛 감독은 K리그의 발전방향을 위한 여러 가지 의미있는 조언도 전했다. 포옛 감독은 "전북을 비롯해 K리그 팀들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우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가 많이 투자하면서 스쿼드의 레벨이 완전히 달라졌다. 또한 ACL이 추춘제로 바뀌면서 이번 시즌 K리그 우승팀이 내년 가을에나 ACL에 나서게 되는 기이한 상황이다. K리그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행정적,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K리그가 실제 수준이나 선수들의 실력에 비하여 저평가를 받는 리그라는 견해도 밝혔다. 포옛 감독은 " 선수의 퀄리티가 그 선수의 가격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부 유럽에서 이름 없는 선수들이라도 한국에 올 때는 우리가 보낸 선수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에 오는 경우가 있다. 반면 우리 팀에서 최고의 선수여도 다른 리그로 이적할 때 생각보다 제 값을 못 받고 이적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주전급 선수가 해외진출 등으로서 이탈했을 때 이를 적절히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도 거론했다.

포옛 감독은 현재 K리그1의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다. 유럽과 남미 등 축구 선진국에서 다양한 클럽과 대표팀을 지도하며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K리그에서 우승까지 외국인 감독이자, 객관적인 외부자의 시선에서 한국축구를 바라볼 수 있었던 포옛 감독의 성공비결과 조언은 앞으로 한국축구가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거스포옛 K리그 한국축구 박진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