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마약유통을 하면서 숨겨두었던 날 것의 욕망과 어두운 면을 마주한다.
KBS2
그런데 이 어두운 면이 '악'이 될 때가 있다. 바로 절망감과 만났을 때다. 절망감은 절실함과 상대적 박탈감이 만날 때 생겨난다. 내게 절실한 것을 누군가는 너무도 쉽게 얻게 되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우리는 절망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럴 때 내면의 어두운 면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은수가 마약을 이용하겠다 마음먹은 상황도 바로 그랬다. 남편의 생명과 가족의 일상을 지키는 최소한의 돈을 바라는 것마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마약 거래로 수십억을 쉽게 버는 모습을 본 은수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마약 거래에 이용한다.
경도 마찬가지다. 살인 누명을 썼지만, 가족조차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경은 깊은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휘림(도성우)에게 복수하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약을 유통해 돈을 모은다.
드라마 속 마약 유통의 온상인 '팬텀'도 상대적 박탈감과 절실함을 매우 잘 이용한다. 주로 취업준비생들을 '알바'로 고용해 마약 배달을 시킨 팬텀 사장 규만(원현준)은 이런 말로 알바생들을 유인한다.
"억울하지 않아요? 평생을 개 같이 일해도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세상. 이 세상은 우리한테 기회는 안 주고 뺏기만 하죠 근데 왜! 우리만 착하게 살아야 되죠?"
하지만, '악'에 대응하는 인간의 마음 역시 '절실하다'. 은수는 계속해서 선한 마음을 믿고 싶어 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팬텀 조직원 동현(이규성)의 '잘 살고 싶어 했던' 마음을 기억해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후에도 은수는 '가족의 안위'만 확보되면 일을 그만두겠다 여러 차례 다짐한다. 동현 역시 은수가 자신에게 잘해준 면들을 기억하며, 은수를 살리고 일에서 빠져나가 보려 한다.
이처럼 절망감이 '타인을 망치려는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선'을 향하는 내면의 절실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회 은수가 선택했듯 '한 번 선을 넘은 인간이라도 다시 그 선을 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절망감이 '타인을 망치려는 마음'과 만나면 그땐 손 쓸 수 없게 된다. 경찰 태구(박용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태구는 돈 때문에 가족을 잃은 후 아이를 되찾기 위해 마약에 손을 대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공평하지 않다'며 여러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돈과 마약에 집착하다 목숨을 잃는다.
▲착하고 성실한 주부 은수가 마약유통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KBS2 <은수 좋은 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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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책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가 쓴 문장이다. 정말 그렇다. 우리 모두에겐 어두운 면이 있다. 나와 드라마 속 은수가 욕을 내뱉고 속이 시원해졌듯이,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때야 비로소 우리는 보다 온전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면의 어둠을 만나는 게 '악'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마음 속 어둠이 타인을 해치고 싶은 마음으로까지 나아가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한다면, 화가 나 욕을 하거나 날 것의 욕망들을 마주하는 것이 덜 두려울 것 같다. 또한, '어둠'이 '악'이 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기에 타인의 그런 마음 역시 잘 받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서로를 수용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면의 어둠과 날것의 욕망들이 '선'을 넘지 않도록 막아주는 사회야말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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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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