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분모> 공연 연습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대본도, 텍스트도 없이 무용수들은 각자의 기억과 감각의 파편을 꺼내야 했다.
"우리 몸의 진동은 과연 서로서로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표현이 가능한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말 그대로 쉬운 시간이 아니었기에 작업 전체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그의 이전 작업들과도 연결된다. 2021년작 <숨의 무게>에서는 제주 해녀의 숨과 삶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계급, 생존의 한계를 탐구했고, <열두 개의 문>에서는 고통스러운 시절을 지나온 존재들이 서로에게 문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에게 무용은 늘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예술이다. <감각의 분모>는 이러한 작업 세계의 연장선에서, 한층 더 근원적인 차원, 즉 '감각'이라는 층위로 다가간다. 과연 그는 관객이 이 공연을 어떻게 체험하길 바라는가.
"직접 오셔서 본인의 감각으로 느끼셨으면 합니다. 보고 있는 것이 실제 감각하는 것인지, 듣고 있는 것이 진짜 듣고 싶은 것인지, 피부로 느끼는 감각이 진짜 감각인지, 스스로 감각에 집중하며 무용수가 표현하는 것을 감각하길 바랍니다."
이처럼 <감각의 분모>는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 실험이고, 관객은 그 실험의 공동 참여자다. 이 작품에서 감각은 '예술적 오브제'가 아니라, 삶을 감지하는 생존의 촉각이 된다. 무대 위 움직임은 음향 없이도 풍성하다. 서로 다른 감각이 충돌하고, 서로 다른 신체가 뒤엉켜 만들어낸 긴장감. 그 안에서 관객은 각자의 방식으로 감각을 느낀다. 김영찬은 이번 무대를 통해 '존재의 아름다움'을 묻고자 했고, 그 물음은 관객에게도 똑같이 돌아간다.
"사람과 사람은 다르고,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다름이 있기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름이 차별적 다름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으로 이해된다면, 존재의 가치는 더없이 아름다울 겁니다."
그는 무대를 통해 감각을 묻고, 감각을 통해 존재를 묻는다. 그것은 기술적으로 완벽한 춤이 아니라, 신체의 가장 근원적인 소통 방식에 대한 탐구다. '말' 이전의 언어, '소리' 이전의 감각. 그 언저리에서 탄생한 춤은 더 이상 무용만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그 자체의 몸짓이다. <감각의 분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완이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 그것은 여전히 감각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관객을 기다리는 하나의 열린 문이다.
"공연을 보시고 각자 느낀 감각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감각이란 무엇인지, 감각은 우리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인지, 그 물음이 공연 이후에도 관객 여러분 안에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찬은 감각의 언어로 말을 걸고 있다. 결핍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감각의 어둠을 헤치고 빛을 찾아낸다. 그는 지금, 감각의 분모 위에서 조용히 춤을 추고 있다. 그리고 그 춤은 관객의 내면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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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