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래빗>의 한 장면.
넷플릭스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뉴욕'이다. 세계 최고의 도시, 자본과 예술, 욕망이 뒤섞인 그곳에서 블랙 래빗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마치 축소된 미국처럼 기능한다. 고급 레스토랑의 번쩍이는 샹들리에 아래에는 피로와 불안, 탐욕이 들끓고 있다.
주방에선 요리사들이 욕설과 피땀으로 하루를 버티고, 홀에선 손님들의 시선이 오너의 명예를 평가한다.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건 명예가 아니라 전쟁이다"라는 대사가 시리즈의 핵심을 관통한다. 제이크가 쌓아올린 성공은 불안정한 욕망의 탑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완벽하지만, 안으로는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블랙 래빗>은 그 위선을 정면으로 비춘다. '맛있는 요리'보다 중요한 건 '누가 먹느냐'이며, 고급스러움이란 본질이 아닌 돈으로 포장된 허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레스토랑의 주방이 곧 사회의 축소판이라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욕망의 게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자본주의의 그림자와 가족의 덫을 동시에 조명한다. 제이크가 레스토랑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은 성공을 지키려 발버둥 치는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블랙 래빗'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겉은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속은 불안과 욕망으로 들끓는 우리 자신 말이다.
<블랙 래빗>은 눈부신 도시의 불빛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쉽게 탐욕과 사랑 사이에서 길을 잃는가를 보여준다. 주드 로와 제이슨 베이트먼이라는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 뉴욕의 찬란하면서도 냉정한 풍경, 그리고 '가족이 곧 굴레'라는 뼈아픈 주제의식이 어우러져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이 시리즈는 화려한 미식 세계의 이면을 통해 우리 시대의 모순된 욕망을 이야기한다. 성공과 사랑, 책임과 배신이 교차하는 이 세계에서 블랙 래빗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사람의 욕망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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