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진은 이날 여러 정체성 중 '음악가'에 집중해 무대를 즐겼다.
신나리
이날 공연에서 백현진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그의 스타일로 편곡해 부른 것 외에 모두 백현진의 이름으로 낸 앨범의 곡을 선보였다. 지난 6월 발표한 <서울식: 낮 사이드>와 <서울식: 밤 사이드>의 수록곡 '남산'·'낮잠'·'핑크'·'모과'·'빛23' 등도 불렀다. 백현진은 음악에만 집중하겠다는 듯 노래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17곡을 내리 불렀다.
백현진과 수십회의 즉흥 연주를 함께했던 이태훈(기타), 진수영(건반), 손성제(색소폰·클라리넷), 브라이언 신(수자폰·트럼펫), 전제곤(콘트라베이스), 김다빈(드럼)이 곁을 지켰다. 백현진은 "내 이름으로 올린 공연이지만, 우리 연주가들을 포함해 음향 엔지니어 류호건을 포함해 총 8명의 한 팀이 함께 만들어낸 무대"라고 강조했다.
100분여 공연명처럼 서울의 방식을 자기의 시선대로 담고 또 해체한 음악이 이어졌다. 평소 홀로 완성도 있는 작업물을 내놓은 개성 강한 예술가로 알려진 그이지만, 무대 위에서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합도 즐겼다.
"횟집에서 싸움이 났는데, 한 남자가 부엌에 가서"로 시작하는 곡 '횟집'이 마지막 곡으로 울려 퍼졌다. "이 다음 장면은 너무 끔찍해서 너무 자극적이라서 이 노래는 여기까지만 부르는 게 적당하겠어"의 후렴이 이어졌다. 횟집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은 음을 덧댄 이야기로 펼쳐지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백현진은 공연 내내 그랬던 것처럼 자기만의 리듬을 타며 관객에게 짧은 시나리오를 선보이듯 하나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백현진이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살펴가세요"라며 관객들을 보냈다. 떠날 생각 없는 관객들은 다시 그의 이름을 외치며 '앙코르'를 청했다. 다시 채워진 무대에서 "고독에 대한 이야기, 상실에 관한 이야기, 절망에 관한 이야기"라는 가사가 담긴 곡 '고속도로'가 나왔다. 백현진이라는 예술가는 또 한 번 자기만의 무대를 세워 20곡을 펼친 후 담담히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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