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회사 MK의 독고 대표와 수련생 재이MK에서 킬러 데뷔를 하지 못하고 독고로부터 퇴출 통보를 받고 있는 재이
넷플릭스
<길복순>에서 차민규가 길복순에게 칼을 보내 1대 1 결투를 신청한 것을 떠올려보자. 그 행위는 비록 잔인한 킬러 세계에서도 최소한의 '명분'과 '규칙'이 작동한다는 영화적 약속이자, 킬러들의 존중과 명예를 담보하는 장치였다. 그것이 이 세계관을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핵심이었다. 하지만 <사마귀>에서 한울과 재이가 독고 할배에게 벌인 2대 1 대결 시도는 이러한 영화적 약속을 철저히 짓밟는다. 킬러 업계에서 칼을 보낸다는 것은 1대 1 승부를 뜻하는 상징적인 행위다. 그런데 한울과 재이는 스승에게 2대 1을 강요하며 규칙을 위반하고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더 황당한 것은 한울의 태도다. 그는 자신이 업계의 1인자이자 차세대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그가 보여줘야 할 것은 최고 실력자의 명예로운 승리일 텐데, 정작 그의 행동은 가장 비겁하고 명예롭지 못한 방법을 택한다. 2대 1로 몰아세우면서도 스승을 향한 도리나 킬러로서의 명예를 저버리는 것에 대한 일말의 고뇌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이는 그들이 지키려 했던 '새로운 질서'가 결국 '힘 있는 자가 규칙을 무시하는 무자비함' 외에는 아무것도 아님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 같다.
<사마귀>는 규칙이 무의미한 세계를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규칙을 어기는 필연적인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것인지 정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은 자조적으로 "말도 안 되는 킬러 세계에 무슨 룰이 있느냐"라고 중얼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영화는 자신이 애써 구축한 세계관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역설적인 성과를 달성했던 것이다.
엔딩의 억지스러운 반복, 서사의 자기 복제와 퇴행
그리고 이 모든 모순은 엔딩의 억지스러운 반복과 서사의 퇴행에서 절정에 달한다. 많은 이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사마귀>는 <길복순>의 '스승을 제거하고 해방되는 구도'를 억지로 반복하려는 시도에서 방향을 잃었다.
<길복순>의 엔딩을 다시 살펴보면, 그녀는 생존이라는 절박한 동기 아래 자신을 키워낸 스승 차민규의 오더(딸을 지켜야 하는 엄마에게는 불가능한 오더)에 반발하여 최종 결투를 벌인다. 이 대결은 길복순에게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성장'의 통과 의례였고, 관객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반면 <사마귀>의 한울은 어떨까. 그는 독고 할배를 제거할 개인적인 복수심이나 생존의 절박함이 부족하다. 그의 동기는 모호한 '재이와의 미래'와 '권력 장악'에 불과하며, 이 동기가 스승을 죽이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에는 너무나 가볍다.
따라서 한울이 독고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행위는 캐릭터 내면의 필요라기보다는, 마치 '길복순처럼 엔딩을 만들어야 한다'는 플롯의 강요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이 스승을 죽여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찾는 대신, 그저 스타일리시하게 칼을 휘두르는 모습만 반복하는 서사의 동기 없는 퇴행이야말로 이 작품의 진정한 비극이다. 전작의 구도를 빌려왔을 뿐, 그 구도를 뒷받침하는 감정적 무게와 필연성을 담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비교 우위의 상실: 다음 작품을 위한 위대한 교훈
결론적으로, <사마귀>는 K-킬러 유니버스에서 <길복순>에 비해 아쉬운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다. 이 영화는 한 가지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리를 관객에게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액션 스타일과 간지 나는 대사만으로는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한울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납득 불가능한 사랑꾼으로 전락했고, 재이는 복잡미묘해야 할 감정선이 마지막 결투 한 방으로 증발해버렸으며, 독고는 그저 새로운 세대의 희생양이 되기 위해 등장한 구세대 빌런에 머물렀다. 이 모든 얄팍한 설정과 붕괴된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사마귀>는 단 하나의 미덕을 남긴다. 그것은 바로 "다음 스핀오프는 절대로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비록 영화 자체는 황당함의 연속이었지만, <길복순>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의 교훈이야말로 이 유니버스가 나아갈 길을 밝혀주는 위대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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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