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와 자막, 수화를 결합한 아냐 나미의 뮤직비디오유튜브 'Anya Nami' 갈무리
Anya Nami
싱어송라이터의 자질을 증명한 아냐가 내디딘 두 번째 발걸음은 더욱 강렬하다. 바이럴의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또다른 유행가를 만드는 대신,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연이어 공개하며 선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 Bread >의 성공 직후 공개된 < A Song About Revenge on Your Abuser >는 말 그대로 교재 폭력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모의하는 노래다. 다소 무거워진 주제는 여전히 발랄하고 매혹적인 비트와 융화되어 매력적인 곡으로 거듭났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 Dirty Dream >은 유튜브를 통해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의 강점을 살려 주류 음악 시장에서 꺼내기 어려운 관능적 꿈에 관한 이야기를 펼쳤는데, 해당 두 곡은 연달아 공개되면서 교재 폭력 피해자 역시 성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말 한마디 없이 노래만으로 여성의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관습을 지적한 것이다.
아냐는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음악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대부분 노래는 청력이 온전한 이들만을 겨냥하기 마련인데, 아냐는 가사만으로도 시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한다. 그녀의 뮤직비디오에는 오독을 막는 정확한 가사 자막이 매번 첨부되며, 안무와 ASL(미국 표준 수화)을 조합해 창의적인 '시각적 음악'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전자음악에 러시아 민속무용을 결합한 자전적 노래 < Folk Rush >를 공개하는 등, 아냐의 음악적 저변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맨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마스크 가수'라는 점, 그리고 인상적인 푸른색 단발머리는 이러한 음악적 개성과 맞물려 아냐를 '척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아이콘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이처럼, 유튜브를 기반 삼아 성장한 아냐 나미에게는 기성 음악인 못지않은 구성력과 음악의 경계를 돌파할 수 있는 기획력이 있다. 단순한 '바이럴 음악'을 넘어 뜻깊은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직조해 내는 능력은 아냐 나미의 향후 커리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매력이다.
날이 갈수록 비슷해지는 것만 같은 주류 팝 음악에 지쳐 새로운 노래를 찾는 중이라면, 혹은 마찬가지로 유튜브 등지에서 활동하는 '재야의 음악 고수'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아냐의 채널을 방문하는 것으로 탐색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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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