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한 장면.
워너브라더스코리아
폴 토마스 앤더슨은 그간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분류되어 왔다. 〈마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팬텀 스레드〉 등은 비평적 성과는 높았지만 대중적 성공과는 거리를 둔 작품들이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예외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메시지와 서사를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면서도, 자신만의 미학을 놓치지 않았다. 영화는 시작부터 빠른 템포로 전개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숀 펜이 각각 밥과 스티븐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복잡한 감정의 결들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퍼피디아 역의 테야나 테일러는 신선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에 몰입하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흥행 면에서도 성과는 뚜렷하다. 미국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PTA 본인의 커리어 하이 기록을 경신했다. 워너 브라더스는 이번 작품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이후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한국 개봉 역시 기대 이상의 흥행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겉으로는 정치적이지만, '가족' 이야기다. 밥이 딸 윌라를 구하기 위해 다시 싸움에 뛰어드는 이야기이라서다. 그는 더 이상 혁명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윌라를 위해 다시 총을 든다. 사랑은 때로 이념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며, 영화는 이 지점을 깊이 파고든다.
스티븐 대령의 복잡한 감정선도 인상적이다. 과거 자신이 성적으로 모욕당했다고 느꼈던 퍼피디아의 딸이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하면서, 그는 이 개인적인 치욕을 체제적 복수로 끌고 간다. 이처럼 영화는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집단적 폭력으로 확대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진짜 혁명은 무엇인가?" 거창한 이념이 아닌 한 아이를 위해 싸우는 것, 가족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야말로 지금 시대의 또 다른 혁명이 아닐까? 그리고 이 사랑은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에게 또 다른 싸움의 의미를 전해준다.
극적인 액션, 정치적 텍스트, 섬세한 감정선이 교차하는 보기 드문 영화다. 무엇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이 처음으로 '모두를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의미가 크다. 혁명은 더 이상 낯설거나 무거운 단어일 필요가 없다. 영화가 말하는 건, 그것이 삶의 일부였고 지금도 그렇다는 것이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혹은 누구를 위해 싸우고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충분히 극장에서 볼 이유가 된다.
▲영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공유하기
"진짜 혁명은 무엇일까" 질문 던진 이 영화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