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에서 영수에게 빠진 28기 현숙
SBS Plus ENA
난 비혼이다. 뭐든지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그러면서도 85세가 된 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아야 하는 직장인 50대 비혼. 혼자의 삶을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되지 않은 건 아니다.
얼마 전, 지독한 독감에 걸려서 2주 동안 정신을 못 차릴 만큼 아픈 상태에서 출근했다. 마침 전세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어서 집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접촉 사고까지 당했고, 강아지 두 마리 산책을 하루에 총 다섯 번을 나가야 했다.
내 몸이 그런 상태니 노모를 돌보는 것도 제한적이었다. 몸도 마음도 고된 2주가 넘어가니 몹시 힘에 부쳤고, 자동으로 이런 때는 내 이야기를 할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있다고 해도 내 책임의 영역은 오롯이 내 몫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 이렇듯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는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돌싱이든 비혼이든 그 누구든.
그래서일까. <나는 솔로>를 보면서 가장 많이 공감하는 건 사랑 이야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이다. 그래서 잘 듣고 있는 듯 보이지만, 공허했던 영수의 말보다 딸아이를 키우는 옥순에게 마음이 있는 영호가 딸이 상처받지 않는 것이 1순위라는 옥순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 대해 질문하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었다. 또 옥순의 딸이 친아빠와 교류하고 있지 않아서 자신이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구체적인 말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교과서적인 정답보다 훨씬 구체적이면서도 능동적인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사소한 일에도 반응해 주는 일. 그건 사랑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본능 같은 것이다. 돌싱이든 비혼이든,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이해받는 느낌' 아닐까. 그 느낌이면, 잠시라도 버틸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모든 게 다 괜찮고, 내가 지고 있는 짐을 함께 지겠다고 나설 상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내 일은 내가 해야 하고, 내 삶은 내가 감당해야 한다. 몸이 아프고, 일이 밀리고, 노모를 돌보며 강아지 산책을 나가는 날에도 결국 나를 일으키는 건 나 자신이었다. 때로는 힘에 부치긴 해도 그런 순간들이 내 삶의 근육이 되고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이번 나솔 돌싱녀들의 고단함과 단단함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맛에 수요일이면 맥주 한 캔을 들고 <나는 솔로>를 본다. 누군가의 대화, 누군가의 웃음, 누군가의 흔들림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작은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응원하게 된다. 결국 인생이란 건, 누구와 함께든, 혼자서든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견디고, 또 살아내는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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