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우), 정현경(좌) PD
EBS 홍보부
- 1부에서는 잡초에 지역 이름이 들어갔잖아요, 원래 그런 이름이 있나요?
손 : "거꾸로였어요. 예를 들어 강남역 개미자리는 그걸 찍으려고 강남역을 찾은 게 아니에요. 저는 촬영 초반에 어떻게 하면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잡초를 좋아할 수 있을지 고민 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사실 도시에 살잖아요. 그래서 도시, 사람들 곁에 가까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강남역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근데 강남역 쪽은 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걸 너무 깨달았던 게, 그곳엔 잡초가 정말 없고 있더라도 너무 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밖에 없더라고요.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가고 오염이 심해서, 혹은 주기적으로 베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무척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다 찾은 게 개미자리였어요. 개미자리가 강남역에 있었기 때문에 '강남역 개미자리'가 됐죠."
- 우리는 잡초에 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손: "사실 모든 잡초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잡초가 꽃을 피우고, 꽃이 핀다는 얘기는 뭐냐면 식물의 진화 단계를 먼저 봐야 해요. 가장 최근에 진화한 것으로 꼽히는 식물이 '현화 식물'이거든요. 그 식물은 사실 가장 많이 진화해서 어떻게 보면 고등 식물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어요. 단지 작아서 눈에 잘 안 보이다 보니 꽃이 핀다는 사실조차도 모르지만, 사실 그 식물들은 아주 진화한 존재들이죠."
- 질경이는 밟혀도 회복력이 좋은 거 같더라고요.
손 : "질경이는 방송에서도 얘기했던 것처럼 큰 틀에서 보면 밟혀야 사는 잡초인 거예요. 무슨 얘기냐면 밟혀야만 씨앗이 옮겨 심어져 싹이 틀 수 있는 거예요, 밟히는 것을 이용하는 식물이라서 밟힘 당하는 일에 잘 견딜 능력을 발달시킨 거죠. 그래서 밟혀도 안에 와이어 같은 조직이 있어서 찢어질 정도의 충격에도 잘 버틸 수 있어요. 실제 질경이 잎을 만져보면 상당히 뽀송뽀송해요."
- 잡초도 꿀이 있나요?
정 : "잡초도 말씀드린 것처럼 인간의 필요에 따라 붙인 이름이기 때문에 곤충을 매개로 꽃가루를 주고받는 식물이라면 꿀 있는 잡초들이 많이 있죠. 그래서 방송에도 보면 꿀을 가지고 있다는 표시를 가진 잡초가 있잖아요. 물론 모든 잡초가 다 꿀이 있다고 하면 안 되겠지만 꿀을 가지고 있는 잡초는 당연히 있죠."
- 그걸 잡초라고 할 수 있나요?
정 : "사실 일부러 사람이 키우는 작물도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잡초가 될 수 있겠죠. 근데 우리는 꽃이 크고 예뻐서 꽃집에서 팔리거나 벼처럼 우리가 꼭 먹어야 해서 작물로 키우는 식물이 아니라 어디에다 써도 쓸데가 없을 것 같은 사소하고 하찮은 식물들을 주로 잡초라고 인식하죠. 그렇게 전반적으로 부른 명칭인 것이지 사실은 잡초도 다 각자 이름이 있는 식물들이에요."
- '염소가 풀을 먹는다'와 '풀이 염소에게 먹힌다'는 관점의 차이가 있는 걸까요?
정 : "사실 염소가 풀 먹는 장면을 제가 보고 있었어요. 근데 저도 잡초가 아니라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당연히 '염소가 풀을 먹고 있네'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거기서 주어는 염소잖아요. 왜 풀이 먹히고 있는 게 아니라 염소가 먹는다고 생각했지?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사실 염소가 풀 먹는 거 들어보셨겠지만 소리가 되게 좋거든요. 너무 맛있게 먹는 것 같은데 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게 얼마나 잔혹한 소리겠어요? 자기가 뜯어 먹히는 소리인 거잖아요. 잡초의 입장과 잡초의 생존 전략을 들여다보자고 내내 얘기하고도 또 '염소가 풀을 먹네'라고 식물을 피식자로 생각하는 저 스스로가 이상해서 약간 선문답 같은 내레이션을 넣어본 겁니다."
- 잡초에 대한 다큐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뭐였나요.
손 : "맨 마지막 단어가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누가 누구를 이용하는 걸까' 였거든요. 저는 '잡초선생'을 만들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잡초를 거의 무시하고 혹은 어떤 경우에는 미워하잖아요. 치를 떨 정도로요. 근데 그 잡초의 조상을 이용해서 인간이 문명을 만든 걸 수도 있죠.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작물은 사실은 말씀드렸다시피 잡초였을 거란 말이죠. 잡초를 이용해서 우리가 문명을 이 정도까지 만든 것처럼 도시에 사는 잡초들 보면 개미자리도 그렇고 질경이도 그렇고 새포아풀도 그렇고 인간을 다 이용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잡초랑 인간이라는 존재를 서로 봤을 때 서로 이용하는 존재 아닐까 해요."
정 : "전반적으로는 저희가 아까 노래 얘기도 하셨다시피 이름 모를 풀들이었잖아요. 근데 이렇게 각자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애를 쓰고 이런 모습들이 아까 손승우 선배가 이야기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지혜나 위로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길 가다가 이름 모를 풀을 발견해도 '쟤도 열심히 살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 이번 다큐 연출하며 느낀 점은 뭘까요?
정 : "제가 오만한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 걸 스스로도 많이 느꼈죠. 식물도 나름 굉장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세계가 있었구나 싶었어요. 저는 사실 식물을 잘은 몰랐었거든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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