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전유성의 빈소2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개그맨 전유성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스승이자 친구같았던 전유성
- 전유성 씨는 원래 개그맨이 아니고 작가로 데뷔했다던데 작가가 어떻게 개그맨 된 거예요?
"원래 전 선배님은 연기 수업을 제대로 받은 분이에요. 선배님이 책 읽는 걸 좋아하시고, 글발이 좋으니까 코미디 작가를 하셨을 거예요. 그래서 <구라 삼국지>라는 책도 쓰셨잖아요. 워낙 코미디를 좋아하고 사랑하셔요. 어떻게 하면 말 한마디라도 재미있게 할까를 고민하다 보니까 젊음을 표방하는 '개그맨'이란 신조어를 젊은 코미디언들에게 붙여 주게 됐죠. 선배님 덕에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맹활약했었지요. 늘 보던 코미디보다는 조금 젊은 코미디였죠."
- 인터뷰 한 걸 보니 전유성 씨를 스승 같은 분이라고 하셨던데요.
"제 인생 스승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좋은 친구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 차이는 좀 있지만, 늘 누구에게나 다정하셨을 거예요. 저희 집에도 오셔서 주무시기도 하고, 청도에서 미나리에 삼겹살 싸먹던 생각도 납니다. 개그도 밤새면서 같이 짰죠. 뭘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바람 같은 태도라고나 할까요. 욕심 없이 바람처럼 사셨다는 뜻이에요. 술을 드셔도 취한 것 같다 그러면 그냥 바람처럼 사라져 버려요. 청도에 머무른 것도 마찬가지잖아요. 차를 타고 어딜 다녀오다가 청도가 너무 아름다워서 청도랑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즉시 거기에 터를 잡고 사셨잖아요.
철가방 극장을 만들고, '개나소나 콘서트'도 하고. 그분은 그냥 생각이 일어나면 실행하는 분인 거라. 이렇게 해야 되겠다 하면 딱 행동하는 사람이셨죠. 우리는 그렇게 못 하잖아요. 속된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이분은 그게 없어요."
- 왜 그게 없을까요?
"욕심이 없어서 그래요. 그냥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대가 없이 실현하고 싶은 거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모습을 보는 게 그냥 좋은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어디 그렇습니까? '후배들한테 이런 아이디어를 줬다가 내 자리를 뺏기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죠. 사회생활이라는 게 일단은 그런 걱정부터 들잖아요 무슨 얘긴지 알죠? 근데 그분은 그런 게 없어요. '야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니가 하면 딱 이겠다 이거 써봐'. 그게 딱 또 답이 되기도 하고요."
- '어른 김장하 선생님' 같네요. 줬으면 그만이라고 하셨다잖아요.
"진짜 그런 분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는 거죠. 전유성이라는 사람, 그런 분하고 동시대를 살면서 웃음을 주려고 함께 고민하고 지낸 세월이 참 뭐랄까 영광스럽고 행복했죠. 예를 들면,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그런 분들하고 내가 동시대를 함께하고 함께 겪어 냈다는 게 참 행복했다는 느낌이 들듯이요. 딱 전유성 선배님이 그런 분이셨어요."
-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이 나실까요?
"선배님과 <유머 1번지>부터 같이 연기했는데, 연기는 솔직히 잘 못하셨잖아요. 긴장하면 손가락 까딱까딱하는 버릇 있으셔요. 사실 연기를 못하는 게 아니고 그냥 그게 본인의 캐릭터예요. 연기 좀 못하면 어때요? 빛나는 아이디어로 후배들을 빛나게 해 주셨는데. 전유성 선배님 돌아가셨을 때 우리 후배들이 <개그콘서트> 무대 위에 영정을 모시고 예를 다해서 큰절 올리고 큰 박수 드리고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는 모습 보고 참 뭉클했거든요. 진짜 김장하 선생처럼 아낌없이 주고 그것에 대해 나 잘났다고 나서지도 않고요. 우린 모두 내가 뭘 잘했으면 칭찬받고 싶고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하잖아요. 근데 이분은 남달랐던 거죠."
- 혹시 전유성 씨에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남원에 어느 나무 아래 모신다니까 가서 뵙고 이 얘기 저 얘기해야죠. 저는 사실 인생에서 슬픈 일이 있을 때도 전유성 선배님하고 이야기 나누고 위로받고 그랬었거든요. 정말 사랑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진심으로 사랑했고 고맙다고요."
세대 아우르는 코미디 프로 계속 돼야
- 2023년 11월 <개그콘서트>가 부활했어요. 선생님께서 <개그콘서트> 기획하셔서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
"진짜 그게 참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잖아요. 후배들이 또 잘 만들어요. 그들이 훨훨 날 수 있는 무대를 꼭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전유성 선배님하고 이야기 나눈 게 엊그제 같은데 그게 30년 가까운 세월이라니. 우리 후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선배들은 늘 뒤에서 뿌듯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후배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예전엔 방송사별로 코미디 프로가 있었는데 요즘에 많이 없어졌잖아요. 그런 건 어떻게 보세요?
"부활이 돼야지요. 세대를 아우르는 코미디 프로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어요. 드라마나 영화는 연기자들이 각자 중후한 연기, 발랄한 연기, 다 나이에 맞는 역을 하면서 세대를 이어가는데 코미디는 그렇지 않단 말이죠. 이 웃기 힘든 어려운 시대에 세대가 어우러지는 코미디가 있다면 국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더 덜 수 있지 않을까요. 이재명 대통령 시대인 지금, k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막 위상을 날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웃음 부흥 시대, 코미디 부흥 시대가 됐으면 좋겠어요.
심형래, 임하룡, 최양락, 김한국, 여자로 따지면 누구냐 이성미, 임미숙, 팽현숙 뭐 이런 세대들이 중후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국회의원 역이라면, 초선은 후배들이 하고 요즘 웃기는 5선 이상 정치인들 역할은 또 우리 같은 사람들이 더 잘하지 않겠어요. 중후하게 잘할 수 있는 연기자들이 웃길 무대가 없어서 못한다 참 아쉽네요."
- 선생님도 무대에 올라가고 싶으세요.
"그럼요. 문화 예술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대가 그리울 걸요. 그것이 비단 꼭 방송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무대든 문화예술인들이 설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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