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그빌>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도그빌>이 흥미로운 건, 주민들의 타락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메라는 그레이스를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모든 고통을 짊어질 듯 행동한다. 폭력과 억압, 모욕이 이어져도 반항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인다. 심지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선마저 넘어가도 그녀는 끝내 순응한다.
마치 고행을 자처하는 성자의 태도와도 같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의 수용이 과연 진정한 선이었는가, 혹은 스스로를 신격화한 오만은 아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레이스는 끝까지 마을 사람들을 '구원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며 스스로를 희생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기도 하다.
영화는 두 가지 오만을 병치한다. 하나는 나약하고 비겁한 군중의 오만, 다른 하나는 신이 되려 한 개인의 오만. 관객은 그 충돌을 바라보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성찰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왜 지금, <도그빌>인가
<도그빌>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영화적 쾌감이나 서스펜스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 작품의 진짜 힘이다. 인간의 추악함과 위선, 그리고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오만함까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늘 인간과 세계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 왔다. <도그빌>은 그가 가장 실험적이면서도 가장 날카롭게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작품이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마을에 혹은 우리 삶에 그레이스 같은 이방인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도덕과 윤리,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분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관객은 스스로를 마주한다. 그렇기에 <도그빌>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강렬하고 불편하며, 그래서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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