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 장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영화는 절망만을 남기지 않는다. 영희는 그 무수한 상처를 받으면서도 영화 속 유일하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 사람이다. 그는 다른 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냈고,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못생긴 얼굴이라는 낙인이 삶을 내내 짓눌렀지만, 그는 그 굴레를 짓눌린 채 버티는 대신 가해자에게 저항하려 했다. 그리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외부에 전하려 노력한 사람이기도 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 영규에게 먼저 다가가 그가 만드는 도장을 좋아하고, 영규가 계속 일할 수 있는 따뜻함을 전달했다. 그들은 결국 결혼까지 하고 아이도 낳지만 사회가 던지는 시선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본인은 외부의 평가에 신경쓰지 않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삶을 놀리고, 무시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용기는 단순히 개인적 저항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강자의 폭력에 맞선 인간의 존엄을 증명하는 행위였다. 영희는 사회가 '못생겼다'는 말로 지워버린 자신의 존재를 되찾고, 동시에 같은 고통 속에 있는 타인의 존재까지 끌어올렸다. 그래서 영화 속 영희는 가장 용기 있고 아름다운 인물이다. 그가 보여준 단호한 태도는, 얼굴이라는 폭력이 인간을 소멸시키지 못한다는 증언이다. 관객은 모든 불행을 보면서도 영희의 용기 속에서 비로소 희망을 본다.
오리지널 연상호 월드
영화 <얼굴>은 일상에 녹아들어 있는 외모 평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잔혹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연상호 감독은 인터뷰 형식을 통해 현실의 날것 같은 목소리를 담아내고, 극적 연출을 교차시키며 관객의 불편함을 증폭시킨다. 비록 영화는 과거에 일어난 일을 담고 있지만, 외모에 대한 평가는 지금 현재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외모로 상대를 평가하고, 은연 중에 무시하기도 하는 현실의 작태는 결코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음지로 파고들어 보이지 않게 진행될 뿐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 영화를 상대적으로 저 예산으로 촬영했다. 본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영화화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이야기에 투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저예산으로 제작되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진짜 연상호 월드 속의 이야기가 탄생한듯한 느낌을 준다. 연상호 감독이 초기에 만들었던 애니메이션들에서 느껴지던 사회 비판적이고 어두운 이야기를 이번 영화에서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과장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절제된 표현 속에서 메시지는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특히나 얼굴을 감추고, 흔들리는 목소리와 행동으로 캐릭터를 표현한 신현빈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희라는 인물을 잘 해석하여 영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였다. 또한 젊은 영규와 동환을 연기한 박정민 배우의 연기도 빠질 수 없다. 안정적인 연기로 각 캐릭터들을 무척 실감나게 표현했다.
영화가 노골적으로 던지는 질문 때문에 일부 관객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영화가 의도한 지점일 것이다. '못생김'이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뼈아프게 체감시키는 경험, 그것이 이 영화의 힘이다. 영화 <얼굴>은 단지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담한 사회적 죄악의 기록이다. 관객들은 마지막에 묻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과연 타인의 얼굴을 넘어,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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