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래의 땅대상 수상 포스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낙엽이 떨어지듯 죽음을 대한다
아날로그 16mm 카메라로 찍은 영상은 요양원 안의 여러 노인을 가까이서 살핀다. 스스로 침구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꽃을 곁에다 두는 이가 있고, 부부가 함께 거주하며 아내에게 붉은 매니큐어를 곱게 발라주는 할아버지도 있다. 침대에서까지 헤드셋을 끼고 누운 노인이 있고, 휠체어에서 음악을 들으며 손을 움짓 거리는 사람도 있다. 조용하고 정적인 모습 가운데 젊은이들보다 훨씬 작고 느린 움직임이 있다. 늙었지만 살아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몸이 불편해질수록 조금씩 느려지고 작아지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직은 살아 있다. 그 마지막을 평안하게 보내도록 하는 것이 그룬트와 같은 요양원의 목적이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다시 겨울로 계절이 바뀌어나가는 동안 이들의 삶은 언제나 제 자리다. 그 일상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시선은 관객으로 하여금 삶이란 무엇인가를, 마침내 오고 말 최후를 어떻게 맞이하려 하는가를 되묻게 한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죽음이 한 명 한 명 그룬트의 구성원들을 데려간다. 영화는 그를 마치 때가 되어 낙엽이 지는 듯 자연스럽게 그린다. 죽음을 그리지만 영화가 말하는 건 삶이던가. 죽음이 있어 완성되는 삶 말이다.
영화가 어떤 강한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 같진 않다. 그러나 별다른 말 없이 찬찬히 노인들의 일상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의외의 반응들을 일으킨다. 관객석에선 흐느끼고 눈물을 참는 이들이 여럿 보인다. 저마다 삶의 의미를, 그 덧없음과 애틋함, 쓸쓸함 따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또 누구는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 부모를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침내 오고 말 저 자신의 죽음까지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포스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에서의 죽음을 생각하며
<발 아래의 땅>은 한국 입장에선 참 부러운 풍경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 노인들이 요양원에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한국의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때문이다. 자유를 빼앗기고, 손발이 침상에 묶이고, 코에 줄을 꿰어 비강식을 투여받고, 요양병원이며 요양원에 들어서자마자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는 괴담 아닌 괴담을 숱하게 듣게 되는 나라다. 그 못잖게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도 그룬트에선 그처럼 대우받지 않는다. 간호와 간병을 감당하는 인력, 쓰이는 자본, 공공의료의 역할 때문일 테다.
감독 아르사 로카 팬버그는 영화제에 보내온 메시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인 요양원 '그룬트'는 내 영화 작업의 연장선이자 또 다른 삶의 터전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내가 매일 돌보는 분들이어야 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우리의 관계는 신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나는 그분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해 왔다. 삶이 서서히 사그라들 때, 우리가 이 생과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가에 관한 윤리적·철학적 질문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리고 죽음 앞에도 분명한 삶이 있다는 사실을 늘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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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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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른 아이슬란드 요양원, 참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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