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게임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그리고 인생을 생각하며
저물어 가는 쉰여섯에 만난 스물아홉의 청춘. 그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인정하고 더 환히 피워주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흐르는 강물처럼> 속 유려한 영상미 가운데 피트의 미모와 젊음이 반짝이게 담겼다. 2002년 다시 만난 <스파이 게임> 속 나단 뮈어와 톰 비숍의 모습은 마치 레드포드와 피트를 보는 듯이 정겹다. 이들이 시간을 건너 스승과 제자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북돋는 관계로 등장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토니 스콧은 두 사람에게 더없이 인상적인 몇 번의 테이블신을 선사한다. 두 사람은 서로가 해낼 수 있는 최고의 연기로써 세대를 건너 맺는 관계의 이상적 형태를 빚어낸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닮아 있음은 영화 안에서와 같이 바깥에서도 빛난다. 둘은 배우를 넘어 제작자, 또 영화인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저 상업영화의 성취가 아닌, 영화예술의 영향력을 확장해가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레드포드는 선댄스 영화제와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해 미국 독립영화계의 대부가 됐다. 선댄스를 발판으로 할리우드에 제 이름을 새긴 감독이 수두룩하다.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비(PLAN B)는 그 이름부터 대안적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가 가는 길이 레드포드와 닿아 있다.
<스파이 게임>은 레드포드가 어떤 배우인지를 잘 보여준다. 일선에서 활약하는 젊은 첩보원만이 주역이 되는 게 아니다. 그가 활약할 수 있기까지 싸워왔던 이전 세대가 있고, 이제 물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 또한 주역이다. 레드포드는 스타일 때도, 감독이 때도, 제작자거나 영화 기획자일 때도 모두 주역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 공로가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그 그늘 아래 쉬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가 됐다. 나단 뮈어가 있어 CIA가 훌륭함을 잃지 않았듯, 레드포드가 있어 할리우드는 더 멋져졌다.
멋지게 살다 간 영화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명복을 빈다.
▲스파이 게임포스터
유니버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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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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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영화의 대부, 로버트 레드포드를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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