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10홀에서 펼쳐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내한 공연
본인 촬영(이현파)
"크로마코피아~~~ 크로마코피아~~~"
이윽고 모두가 무엇을 기다렸는지 안다는 듯,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 CHROMAKOPIA >를 상징하는 초록 빛깔의 조명과 함께 공연의 2막으로 돌입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비트가 울려퍼지는 동안 관객들은 수록곡 'St Chroma'의 첫 소절이기도 한 '크로마코피아'를 주술처럼 따라 불렀다. 공연장의 공기가 한순간에 초록색 부흥회로 바뀌었다.
이날 공연은 충성도 높은 관객들의 공이 컸다. 'EARFQUAKE', 'See You Again' 등의 히트곡은 물론 최근 발표된 모든 노래의 랩마저 떼창의 대상이 되었다. 달콤한 알앤비 위에 비독점적 다자 연애(폴리아모리)라는 주제를 엮은 노래 'Darling, I'에서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주문대로 큰 떼창이 들렸다. 많은 관객이 'Ra Tah Tah'에서 'Noid'로 이어지는 연결에서도 큰 함성이 나왔다. 'Who Dat Boy' 등의 노래에서는 과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모쉬 핏도 벌어졌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랩스타지만, 힙합의 계보를 계승하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의 진가는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뻔하지 않게 표현하는 데에 있다. 성소수자로서의 성적 정체성과 연애, 가정사, 피해 의식 등의 모든 주제가 소울, 일렉트로니카, 웨스트 코스트 힙합 등 다양한 장르, 그리고 페르소나와 어우러진다. 그리고 이를 시각 예술과 라이브 무대에서 완벽하게 구현한다.
Mama I'm chasin' a ghost, do I look like him?"
(엄마, 난 유령을 쫓고 있어요. 내가 그를 닮았나요?)
- 'Like Him' 중
영어 가사를 상당 부분 알아들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던 관객들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감정 표현에 감탄을 표했다. 특히 가족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담은 'Like Him'을 부를 때의 몸짓, 표정 연기와 함께 놀라운 서사를 랩으로 선보이는 'Sorry Not Sorry' 등에는 일제히 경외의 박수가 터졌다. 'New Magic Wand' 같은 곡을 부를 때에는 데뷔 초와 같은 광기가 넘실댔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곡을 이어가면서도, 그 전환이 몹시 자연스러웠다. 80여 분의 공연 시간 동안 높은 수준의 라이브와 감정 표현 또한 놓치지 않았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시대의 랩스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내한 공연
AEG Presents Asia
아쉬운 지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 CHROMAKOPIA > 앨범을 상징하는 녹색 컨테이너, 자신의 방을 묘사한 세트 등을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투어 초기에 비해 상당히 프로덕션이 많이 간소해진 것은 사실이다. 저음이 과도할 정도로 강조된 킨텍스의 음향 역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역량과 존재감이 그 모든 아쉬움을 상쇄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2011년 음악계에 데뷔한 이후 파격과 충격의 상징으로 기억되곤 했다. 자신이 직접 연출한 'Yonkers'의 뮤직비디오에서 바퀴벌레를 먹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혐오적인 발언을 한다는 이유로 영국, 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입국 금지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내한 공연에서 만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에게는 공격성 대신 따스한 태도가 먼저 돋보였다. 완벽한 라이브를 선사하다가도 자신이 최고라 말하는 팬들에게 '내가 스티비 원더나 Q Tip 정도는 아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마지막 곡 'I hope you find your way home'를 부를 때는 자신의 혼란을 고백하면서도 타인을 축복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한 인간으로서, 아티스트로서 성장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다음날인 9월 14일에도 연이어 공연을 펼쳤다. 한국 토종 패스트푸드 브랜드 '맘스터치'를 극찬하는가 하면, "다음 내한까지는 8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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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창조적인 랩스타', 일산에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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