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블루 아워스틸컷
누리픽쳐스
클리셰의 향연, 독자적 매력 아쉬워
이를테면 영화가 수차례에 걸쳐 주요하게 내보이는 기찻길 촬영신을 떠올려본다. 쑤밍이와 옌리야오는 기찻길 양편에 서서 서로를 바라보다 이별한다. 쑤밍이가 돌아서 옌리야오를 바라보고, 그에게 무어라 외칠 때쯤 둘 사이에 기차가 들어온다. 기차가 지나간 뒤엔 옌리야오는 자리에 없다. 이 장면과 저 유명한 애니메이션 < 초속 5cm > 속 명장면이 얼마나 닮았는지, 그 유사한 편집 이전에도 풍경을 보자마자 떠오를 정도다. 등교하다 교사에게 복장을 지적받는다거나, 비 오는 날 우산을 빌려준다거나, 양호실 옆 침대에 우연히 눕게 된다거나, 실은 죽을 병을 앓고 있었다는 등의 숱한 설정이야 말해 무엇할까. 하나하나가 <썸머 블루 아워>만의 독자적 특징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썸머 블루 아워>는 오늘 한국에서 여전히 대만 감성영화가 가진 경쟁력 또한 돌아보게 한다. 한국 멜로며 청춘영화가 차마 택할 수 없는, 한국에선 이미 실종된 지 오래처럼 보이는 순수함들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영화라면 '에이 요즘 저런 사람이 어딨어'라고 할 밖에 없는 풋풋한 대사며 행동들은 대만영화 가운데선 아무렇지 않게 등장한다. 재고 따지며 비교하고 평가하는 대신 서로를 위해 더 나은 것을 고민하는 마음들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내보일 수 있단 게 새삼스럽다. 대만 감성영화에 대하여 어느 일방이 희생하는 모습이 지나치다거나 또 어리석게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는 점을 뒤집어보면, 그 사랑과 연애의 방식이 한국에선 이미 너무 희귀해졌단 걸 깨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 희귀함을 찾으려는 욕구가 대만영화의 잇따른 성공의 이유일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 대만 감성영화의 또 다른 승부수, 남자배우의 외모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평범한 여자 쑤밍이의 맞은 편에 손호준과 박서준을 묘하게 섞은 듯한 외양으로 이름난 시백우를 인기남 옌리야오 역으로 기용한다. <상견니> 대성공의 주역이기도 한 시백우는 여전히 변함없이 빛나는 외모를 과시한다. 1996년생으로 교복도 잘 소화하는 그의 상대편에 1988년생 마흔을 바라보는 정여희가 출연한 건 아무래도 눈에 띈다. 여러모로 버겁게 학창시절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눈에 밟혀 더욱 그렇다. 이는 그대로 대만 감성영화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케 한다. < 5월 1일 > <처음 꽃향기를 만난 순간> 등 연달아 흥행에서 참패한 정여희의 출연이 작품의 수입과 배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 또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남자배우의 팬덤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대만 감성영화의 인기요인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썸머 블루 아워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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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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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청춘' 불패, 이번에도 통할까? 감성 자극하는 '썸머 블루 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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