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저링 마지막 의식> 장면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토니(벤 하디)는 쥬디의 남자친구로, 워렌 부부와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전직 경찰로서 죽음을 가까이 경험한 적이 있다. 산탄총을 든 괴한을 체포하다가 죽을 뻔했던 그 사건은 토니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그때부터 그는 삶이 언제든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했다.
이 경험은 토니에게 새로운 공포를 만들었다. 평범한 일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그가 경찰을 떠나고, 쥬디와의 새로운 삶을 꿈꾸게 만든 계기였다. 그는 쥬디의 특별한 능력조차 받아들이기로 한다. 공포를 느끼면서도 함께하고자 하는 선택은, 오히려 그의 매력을 보여준다. 그가 얼마나 쥬디라는 존재를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토니의 공포는 결국 사랑과 이어진다. 그는 쥬디를 지키기 위해 다시 초자연적 사건 속으로 발을 들인다. 워렌 부부와 함께 악령과 맞서 싸우는 순간, 그의 공포는 단순히 개인의 트라우마가 아니라, 가족을 지키려는 용기로 변환된다. 그 변환은 이 영화 속 가장 인간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는다. 영화의 말미, 쥬디의 아빠인 에드가 악령이 깃든 물건들이 보관된 창고 열쇠를 넘기는 장면은 토니가 진짜 이들의 가족이 되었다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 '컨저링' 시리즈
<컨저링 마지막 의식>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초반 전개는 기존 작품들에 비해 힘이 떨어진다. 악령의 존재는 분명하지 않고, 징그러운 외형으로 불쑥 등장해 놀라게 하는 장면에 의존한다. 본격적으로 워렌 부부와 악령이 마주하는 건 러닝타임의 절반을 지나서야 이루어진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서 기대했던 긴장감은 다소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워렌 부부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공포는 언제나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억눌린 감정이 더 큰 공포를 만들어내는 순간, 평범한 일상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영화 속 초자연적 존재는 결국 이런 인간적 두려움을 증폭시킨 장치일 뿐이다.
감독은 이전 시리즈보다 한결 절제된 연출을 택했지만, 그만큼 속도감이 떨어졌고 그래서 긴장감은 옅어졌다. 베라 파미가와 패트릭 윌슨은 여전히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부부의 고뇌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미아 톰린슨은 쥬디의 내면적 공포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인상적이다. 벤 하디 역시 두려움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년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영화는 마지막에 실제 워렌 부부의 사진과 기록을 보여준다. 그들이 진실을 말했는지, 아니면 허구를 만들어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들이 기록한 이야기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초자연적 존재와 공포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공유한다. <컨저링 마지막 의식>은 완벽한 공포는 아니었지만, 공포가 한 가족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재생산되고 전달되는지 보여주었다.
마지막 장면이 던지는 건 단순한 악령의 위협이 아니다.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형태를 바꾸어 우리 곁에 머물 뿐이다. 워렌 부부가 사라져도, 그들이 남긴 기록과 이야기들은 여전히 새로운 공포의 형식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것이 이 시리즈가 끝나도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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