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프리미어 상영회에서 박찬욱 감독, 배우 손예진, 이병헌이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기립박수의 비밀을 혹시 아셨나요? 베니스, 칸, 배를린 등 유수 영화제에서 프리미어 상영 직후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건 주요 의전 행사 중 하나입니다. 자세히 상영관을 둘러보면 영화제 스태프들이 환호와 박수를 선동하며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혹자는 예우 차원의 기립박수가 무슨 의미냐며 냉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입니다.
기립박수와 드레스코드는 해당 영화제의 품격과 수준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기도 합니다.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모두 프리미어 상영 땐 정장 수준의 복식을 요합니다. 상대적으로 베니스가 자유로운 편이긴 하지만 이런 의례는 관객과 영화인 모두가 영화 및 서로에게 그만큼 존중과 존경을 담는 공동 의식을 주기도 합니다. 역사가 있는 영화제라면 이런 의례와 규범 또한 잘 마련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 이야길 해야겠습니다. 지난 4일 한국 기자로는 유일하게 그와 10분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장 전부터 수차례 메일을 보내며 조른 결과이자 그새 높아진 한국영화인에 대한 위상 덕이라 생각합니다. 그간 칸영화제에 갈 때에도 시도했었지만, 한 번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던 콧대 높은 사람들이 문턱을 낮춰준 것일까요? 대표적 진보 인사였던 바르베라는 박찬욱 감독이 20년 만에 베니스 경쟁에 온 걸 환영하고 강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라는 덕담까지 아끼질 않았습니다(관련 기사:
알베르토 바르베라 단독 인터뷰)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베니스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당시 레드카펫 행사.
ASAC
사실 그간의 해외 영화제 취재에서 취재원을 쫓아다니며 서러운 경험도 몇 번 했던 게 사실입니다. 올해는 많이 달랐습니다. 한 이탈리안 기자가 먼저 말을 걸어와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했고, 어떤 중국인 기자는 박찬욱 감독이 분명 큰 상을 받을 것 같다며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영화제 초반 상영 행사 및 인터뷰 등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 영화인들도 베니스 곳곳에서 잠시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베니스 본섬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고, 배우 이병헌은 아내 이민정과 함께 베니스의 유명 관광지인 산마르코 광장을 찾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가는 곳마다 사인 요청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덧붙입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의 문을 두드린 국가는 총 65개국이었습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출품작 수만 4580편이었다고 합니다. 극장의 위기, 영화 산업의 위기 시대라고 하지만 베니스 리도섬에서 만큼은 뜨거운 열기를 재확인했습니다. TV 모니터 앞에서 편하게 스트리밍을 보는 시대, 영화라는 매체의 소구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울한 분석이 이어지는 현실이지만, 극장과 영화의 최전선에서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베니스영화제는 분명 여전히 영화의 미래가 열려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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