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에이리언 어스> 장면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커시(티모시 올리펀트)는 또 다른 합성인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웬디와 달리 인간의 뇌가 복제된 것이 아니라, 좀 더 인조적인 방식으로 창조된 듯하다. 그는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상황을 관찰하며, 철저하게 이성적인 분석만을 내놓는다. 겉으로는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들의 뇌를 복제해 만들어진 합성인간들을 지키려 애쓴다.
커시는 외계 생명체와 조우했을 때 곧바로 그것이 인류에 해가 될 존재임을 직감한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구조와 연구 임무를 그에게 맡긴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인간 쪽으로 행동해 왔지만, 언제든 외계 생명체 편에 설 수도 있다. 인간을 위해 싸우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논리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의 무감정은 불확실성 그 자체다. 동정심을 드러내는 웬디, 공포를 느끼는 허밋과 달리, 커시는 감정의 빈자리를 통해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가장 낯선 모습은 오히려 감정을 잃어버린 얼굴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커시는 시리즈의 긴장감을 끝까지 지탱하는 미스터리한 존재로 남는다.
인간성의 본질을 묻는 '에이리언 어스'
<에이리언 어스>는 단순한 SF 액션이 아니라, 인간성의 본질을 집요하게 묻는 작품이다. 웬디의 동정심, 허밋의 공포, 커시의 무감정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이란 무엇인지 탐구한다. 여기에 새롭게 등장한 제모노프 에이리언은 인간 배우가 움직임을 더한 듯한 리얼리티와 공포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은 외계 생명체들이 점차 지적 존재로 드러나는 전개는, <에이리언> 시리즈가 여전히 인간과 타자의 관계를 가장 공포스럽게 다루고 있음을 증명한다.
감독은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합성인간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한다. 연출은 차갑고 세밀하며, 한 장면 한 장면에 불안과 긴장을 배치한다. 시드니 챈들러는 웬디의 순수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했고, 알렉스 로우더는 상실과 공포를 짊어진 인물로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티모시 올리펀트는 무감정을 무기로 삼은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
특히 시리즈가 주는 공포는 단순히 괴물의 출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똑같은 합성인간이 어떤 선택을 할지, 기술을 쥔 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외계 생명체가 어떤 진화를 보여줄지가 얽히며 복합적인 불안을 만든다. 이는 단순히 스릴러가 아니라, <블레이드 러너>가 다뤘던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에이리언>의 세계관 속에 옮겨놓은 듯한 고급스러운 SF 호러다.
영화는 결국 질문을 남긴다. 인간과 닮은 존재가 동정심을 느낀다면 그는 인간인가, 기술을 만든 과학자가 신의 역할을 자처한다면 그것은 정당한가, 감정을 잃은 존재가 인간보다 더 합리적이라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을 정의해야 하는가. <에이리언 어스>는 이 질문을 끝내 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인간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는 합성인간과 외계 생명체, 그리고 기업의 권력이 얽힌 복잡한 서사를 예고한다.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타자들과, 인간을 닮은 존재들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진다. <에이리언 어스>는 그렇게 다시 한 번, SF 호러가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철학적 질문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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