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은 훗날 계절시리즈를 만든 윤석호PD의 작품답게 예쁜 색감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KBS 화면 캡처
모델 출신 청춘스타에서 월드클래스 배우로
1992년 모델로 데뷔한 이정재는 1993년 김희선, 김소연 등 미래의 스타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SBS드라마 <공룡선생>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데뷔 초부터 반항적이고 남자다운 이미지로 주목 받은 이정재는 영화 <젊은 남자>와 드라마 <느낌>에 캐스팅됐다. <젊은 남자>가 반항아 이미지를 극대화한 영화라면 3형제 중 철부지 막내를 연기한 <느낌>은 이정재의 발랄한 매력을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
이정재는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보디가드 백재희 역을 맡아 일약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곧바로 방위병으로 입대하면서 공백기를 가졌다. 이정재는 군복무를 마친 후 영화 <불새>와 <박대박> <정사> <이재수의 난> <인터뷰> <시월애>, 드라마 <백야 3.98> 등에 출연했다. 하지만 흥행과 연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이정재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태양은 없다>가 유일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 침체기가 이어지면서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한 대표적인 배우로 남아 있던 이정재는 2012년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통해 '천만 배우'가 되면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정재는 2013년 <신세계>와 <관상>, 2015년 <암살>에 출연하면서 연기력과 흥행 파워를 겸비한 최고의 배우로 떠올랐고 <관상>으로 청룡영화상과 백상예술대상 조연상을 휩쓸었다.
'쌍천만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염라대왕을 연기한 이정재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2020년 여름에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출연해 435만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리고 2021년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456번 참가자' 성기훈 역을 맡아 미배우조합상과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월드스타'로 도약했다.
이정재는 2022년에 개봉한 영화 <헌터>에서 감독과 각본, 제작, 주연까지 '1인 4역'을 맡으며 다양한 재능을 뽐냈다. 이정재는 2024년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워즈>의 새 시리즈 <애콜라이트>에서 제다이 솔을 연기했고 2024년 연말과 올해 6월에 공개된 <오징어게임2, 3>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이정재는 오는 10월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얄미운 사랑>에서 임지연과 연기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김원준의 고사로 성사된 이정재의 주연 데뷔
▲<느낌>은 '드라마 왕국' MBC에 대항하기 위해 청춘스타 김민종,손지창,이정재(왼쪽부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KBS 화면 캡처
<느낌>은 <가을동화>와 <겨울연가> <여름향기> <봄의 왈츠>로 이어지는 '계절 시리즈'를 연출했던 윤석호 PD가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30대 시절에 연출한 작품이다. <느낌>은 <마지막 승부>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손지창과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던 김민종, 신예스타 이정재, 아역배우 출신 우희진이 주연을 맡았고 류시원과 이본, 고 이지은 등 개성 있는 신인 배우들이 대거 주·조연으로 출연했다.
<느낌>에서 이정재가 연기했던 삼형제 중 막내 한준 역은 많은 여성팬을 거느리던 미남가수 김원준에게 먼저 제의가 갔다. 하지만 3집 앨범을 준비하던 김원준은 <느낌> 출연을 고사했고 한준 역할은 차순위였던 이정재에게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이정재는 <느낌>을 통해 데뷔 후 첫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고 김원준 역시 3집 <너 없는 동안>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으니 서로 '윈윈'이었던 셈이다.
<느낌>에는 '꽃미남 듀오' 손지창과 김민종을 비롯해 반항미와 장꾸미를 동시에 갖춘 신예 이정재, 부드러운 이미지의 류시원, 모델 출신의 박재훈 등 멋진 20대 남성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하지만 <느낌>이 그저 여성 시청자들을 겨냥한 드라마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느낌>은 청순한 우희진과 섹시한 이본, 귀여운 이지은 등 다양한 매력의 여성 캐릭터들로 남성 시청자들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 큰 사랑을 받았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여주인공의 남편찾기'가 주요 소재였다면 <느낌>은 '유리의 오빠찾기'가 드라마의 재미를 책임졌다. 제작진은 유리를 좋아하게 된 삼형제 중 유리의 친오빠가 있다는 정보를 흘렸고 시청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유리의 친오빠를 예측했다. <느낌>은 드라마 후반까지 둘째 한현(김민종 분)이 오빠라는 떡밥을 흘리다가 한준이 친오빠였다는 반전을 줬다.
<느낌>은 1992년 초콜릿 CF에 삽입된 노래 <너만을 느끼며>로 잠시 활동했던 손지창과 김민종으로 이뤄진 '꽃미남 듀오' 더 블루가 재결성하는 계기가 된 드라마였다. 손지창과 김민종은 <느낌>의 주제곡 <그대와 함께>를 함께 부르며 <가요톱10> 1위를 차지했고 이를 계기로 1995년 <친구를 위해>가 들어간 더 블루 2집을 발표했다. 따라서 더 블루 팬들에게 <느낌>은 더욱 애틋한 드라마가 됐다.
KBS가 전면에 내세운 심은하의 대항마
▲<느낌> 방영 당시 남자 시청자들 사이에서 우희진의 인기는 <마지막 승부>,의 심은하에도 뒤지지 않았다.
KBS 화면 캡처
아역배우 출신의 우희진은 만으로 스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느낌>을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청춘스타 3명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우희진은 <마지막 승부>의 심은하에 버금가는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며 남자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비록 청춘스타로서 전성기는 짧았지만 우희진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연기활동을 하고 있다.
손지창이 연기한 한빈의 오랜 친구이자 연인으로 발전하는 이혜린 역을 맡은 이본은 <느낌>이 데뷔 후 두 번째 드라마였다. 유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빈을 질투하는 전형적인 서브 여주 캐릭터지만 결국 마지막회에서 한빈과 결혼하며 드라마의 엔딩을 장식한다. <느낌>으로 인지도가 상승한 이본은 '까만 콩'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심은하와 함께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MC로 활약하기도 했다.
<느낌>에서 한빈, 이혜린과 같은 학교의 산업디자인과를 다니는 강동욱을 연기한 류시원은 <느낌>이 연기 데뷔작이었다. 강동욱은 한빈을 좋아하는 혜린을 짝사랑하는 캐릭터였지만 청춘스타 손지창의 벽을 넘지 못하고 쓸쓸히 한빈과 혜린의 결혼을 축하해줬다. <느낌>으로 데뷔한 류시원은 <느낌> 이후 스타 배우로 성장했고 1997년 <프러포즈>와 1998년 <순수>에서 윤석호PD와 재회했다.
지난 2021년 49세의 나이에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지은은 <느낌>에서 유리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삼형제 중 둘째인 공부벌레 한현을 짝사랑하는 주희 역을 맡았다. 이지은은 <마지막 승부>의 신은경처럼 뛰어난 패션 센스와 귀여운 표정 연기로 주목 받았다. 이지은은 이듬해 <젊은이의 양지>에서 남장을 하고 다니는 소매치기 현지 역을 맡아 반전 매력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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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김민종, 손지창... 또 보기 힘든 1990년대 '레전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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