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데오 걸스> 스틸컷
ARTE
물론, <로데오 걸스>가 세 소녀의 이야기를 마냥 응원해야만 할 것으로 확정 짓는 것은 아니다. 앞서 밝힌 정적인 촬영 기법이 여기서 빛을 발한다. 본작은 아이들의 훈련 장면 사이사이마다 동네를 수놓은 십자가에 초점을 맞추는 인서트 숏을 넣음으로써 대표적인 적색 주(Red State: 미국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보수적 주를 일컬음)인 텍사스를 장악한 개신교의 윤곽을 그대로 묘사한다. 매 순간 기도하고 신을 찾을 수밖에 없는 텍사스의 환경은 '열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아이들의 여정과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며 이질감을 조성한다.
'선수'라는 이름으로 혹독한 훈련을 견뎌내는 아이들의 모습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10세에 불과한 셸비는 이른 아침부터 깨어 있기 위해 커피를 마셔야 하며, 황소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엉덩이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기도 한다. 스포츠 선수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처절한 훈련을 이어가는 것은 사실이나, 일순간 부주의로 성인도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게 만드는 로데오라는 종목 속에서 아이들의 안전은 염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모든 여정은 전부 애정을 빙자한 아동 학대이며 당장 철폐되어야 하는 것일까. <로데오 걸스>는 이러한 질문에 '아니'라고 답한다. 소녀들 중 가장 연장자인 제시의 인터뷰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로데오 선수가 된다는 것은 상술한 대로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텍사스에서 '이른 결혼'을 피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된다. 제시는 학업과 선수 생활을 병행하면서 인근의 하워드 대학교에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 제의를 받기도 한다. 텍사스의 소녀들에게 로데오는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여성이 두를 수 있는 갑옷과도 같은 셈이다.
쥐스틴 모로방 감독은 이 '로데오 소녀'들의 실과 득, 그들의 삶의 명과 암을 전부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삶에 대한 섣부른 재단을 미연에 방지한다. 날마다 황소 등에 올라타고 승마 훈련에 힘쓰는 이들의 인생은 꽃가마를 탄 성공담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반강제적으로 시달리는 고역도 아니다. 가치 판단의 잣대를 들이밀기 전에 엄연히 복합적인 형태를 띠고 실존하는 로데오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로데오 걸스>는 관객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남겨 준다.
본작이 아니면 쉬이 알지 못했을 지구 반대편의 현장을 전해 준다는 작품 외적인 면에서도,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잃지 않고 현재의 보고(報告)로서 관찰을 이어갔다는 작품 내적인 면에서도 <로데오 걸스>는 제2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라는 행사에 걸맞은 탁월한 선정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2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는 8월 31일까지 진행되며, 상영작은 메가박스 백석벨라시타, 그리고 에무시네마에서 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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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