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서 스타 배우 정희란을 연기한 배우 이하늬.
냇플릭스
시작부터 영화에 대한 영화다. 귀국 비행기에서 10년 넘게 스타로 군림한 정희란(이하나)은 <애마부인> 시나리오를 집어 던진다. 그녀도 이제 지겹다. '그만 좀 벗겨라'는 심정이 극에 달했다. 스타 이면에 '썅년'을 자처하는 정희란은 전속 영화사 사장 구중호(진선규)의 뺨을 날려 버린다.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파티 장에서.
그 정희란은 <애마부인>이 싫다. 이제 제대로된 작품을 하고 싶다. 구중호는 마지막 한 번이란 유혹으로 정희란과 함께 하고 싶다. 정희란을 무매력으로 그려도 좋다. 돈만 벌면 그만이다. 그 사이에 낀 신인 감독 곽인우(조현철)은 난감하다. '에로, 그로(테스크), 논센스'와 ' 3S 정책(스포츠, 스크린, 섹스)라는 세시대가 왔다'는 구호, 그리고 당국의 검열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그러는 사이, 나이트클럽 탭댄서 신주애(방효린)이 오디션 장에 당도한다. 신주애로 말할 것 같으면, 풍만한 몸매와 출중한 탭댄스 실력 사이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야심가다. 탭댄스를 끼얹은 매력과 자신감으로 곽인우를 사로 잡은 후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정희란에게 "제작님이랑 감독님이랑 둘 중 X은 누가 더 커요?"라며 둘 중 누구와 자야 하고 선배는 누구와 잤는지 대놓고 묻는 당돌함의 소유자가 바로 미래의 '애마'다.
이후 우리가 예상할 수 있고 예상 가능한 모든 것이 펼쳐진다. 영화에 대한 영화, '쌍년 연대'로 상징되는 여성 서사, 그리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의 풍속화 말이다. 선배 정희란과 후배 신주애는 촬영 전까지 끝없이 대립한다. 정희란은 엽총을 쏘아댈 정도로 구중호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찬 배우와 끝끝내 여배우를 벗기길 종용하는 제작자 사이에서 곽인우도 폭발한다.
3S 정책과 새시대는 개뿔, 당국의 검열도, 황색 언론의 기승도 그대로였다. 심지어 신인 배우는 몰랐던 최고 권력에 바치는 성 상납도 여전했다. 그 과정에서 여공들과 친구였던 신주애는 현실을 체감하지만 배우였던 구중호의 애인이 비극을 맞는다. 이 야만의 시대를 뚫고 드라마 속 <애마부인>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배우' 정희란과 신주애는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형적이지만 신선하고 재기발랄하다. 개별 소재를 다루는 형식과 감정의 온도는 뜨거울 때 뜨겁고 때때로 관조적이며 시종일관 웃음기를 잃고 싶지 않아 한다. 영화와 영화인, 시대의 아이콘인 여성 배우들에 대한 애정어린 묘사와 진심어린 헌사도 충만하다. 1982년 <애마부인>의 그 안소영이 직접 출연하는 후반부 시상식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 야만의 시대를 지목하고 조망하는 건 맞다. '썅년 연대'라는 서사적 결말이 주는 일말의 쾌감과 모종의 저항이 주제에 헌신하는 것도 예상을 뛰어 넘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그 시대와 영화를 관통하는 <애마>의 잘 다듬어진 영화적인 제스처들이 정서적인 환기 속에 어떤 대상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듯 싶다.
시대를 대하는 엄숙함 따위는 중요치 않다. <애마> 스스로 새 시대 새 욕망이 들끓었다고 말한다. 그 불온한 1980년대 속 여성 배우들과 제작자와 감독의 욕망이 흥하고 쇠하며 '무브 온'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즐거울지언정 안온해서 공허하다.
흔치 않은 '쌍년 연대'의 여성 서사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것이 시대적 조망은 충만하나 통찰 자체의 전형성 때문인지 주제 천착의 깊이 문제인지 개별 취향 때문인지에 대한 판단도 엇갈릴 듯 싶다. 그래서 계속 곱씹게 된다. 확실한 사실은 <애마>가 올해 나온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이런 고민을 던져준 몇 안 되는 '작품'이라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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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