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는 마침내 국가대표로서의 꿈을 떠나보내고 코치로서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다.
SBS
한편 가람의 연인이자 사격 코치 이지는 한국식 '리즈시절'의 폐해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지는 국가대표가 되기 직전, 연인이었던 가람이 사라지면서 크게 흔들린다. 결국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한양체고의 코치로 부임한 이지는 코치가 됐지만, '국가대표'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틈틈이 개인훈련을 한다. 그러면서 가람을 힘껏 원망한다.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주가람 때문이야!"라고(4회).
이런 이지는 사격부 감독의 폭력과 비리를 견뎌내면서 '입스(운동선수들이 평소 잘하던 동작을 할 수 없게 되는 현상)'를 겪는다. 이때 가람은 사격이 간절하다는 이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지금, 성적, 메달, 그것만 간절해." (7회)
이는 이지가 사격 자체보다 국가대표 , 메달 등 사회에서 요구하는 '성과'에 집착하고 있음을 꿰뚫어 본 말일 것이다. 이 말에 이지는 사격을 잠시 쉬고, 정말 사격이 간절해진 순간에 입스를 극복한다. 그리고 사격부 감독 낙균의 폭력과 1등만을 바라는 분위기 속에 힘들어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코치로서 아이들을 지키겠다 결심하며 '국가대표'의 꿈을 떠나보낸다. 가람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내가 없으면 이 치사하고 더러운 꼴을 애들이 겪어야 될 것 같아서 조금 더 버텨보려고. 주가람처럼." (10회)
이는 이지가 '리즈시절'을 복원하려는 마음도, 가람에 대한 원망도 내려놓고, 지금 여기서의 자신의 쓸모를 찾아냈음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리즈시절에 대한 미련을 버리면서, 마침내 현재에서 더 가치 있게 살게 된 것이다.
"넌 몰라. 내일 당장 쓸모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지)
"나도 그래, 나도 두려워." (가람)
6회 이지와 가람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나는 이 대화가 바로 우리가 그토록 '리즈시절'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이로 인정을 받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쓸모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생산성이 떨어질 때 종종 초라함을 느낀다. 가뜩이나 한국 사회는 '리즈시절'의 의미를 개인의 행복과 의미 있는 삶 보다는 사회적인 인정과 성과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드라마가 보여주듯 감독으로서의 가람의 삶도, 코치로서 이지의 삶도 의미있고 가치있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오히려 리즈시절을 내려놓지 못하고 성과에만 집착할 때 인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그러니 이젠 '리즈시절'의 의미를 화려한 성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매 순간에 두어보면 어떨까. 10회 가람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 경험은 무조건 남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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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