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장면
CJ ENM
아카자는 <무한열차편>에서 주 렌고쿠를 죽인 장본인으로, 많은 관객에게 미움받는 인물이다. 이번 영화에서 다시 등장해 탄지로와 기유와의 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 시리즈가 늘 그렇듯, 악역 혈귀에게도 과거 사연이 부여된다.
플래시백을 통해 아카자의 과거가 드러나는데, 그는 불우한 삶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려 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며 깊은 상실감을 안게 된다. 이렇게 영화는 강력한 혈귀라는 악당들에게 숨겨진 서사를 보여주며 그들이 어떤 감정 때문에 혈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무잔이 그를 혈귀로 만들면서 아카자의 기억과 감정은 지워진다. 아카자를 강력하게 감싸던 상실감은 사라지고, 강해지고 싶다는 욕망만 남는다. 영화 후반부 아카자가 다시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순간, 아카자는 혈귀로서의 욕망과 인간으로서의 슬픔 사이에서 흔들린다. 그때 드러나는 진짜 아카자의 얼굴은 오히려 가슴 아프다. 그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상실감에 무너진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 상실감은 아카자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파괴하기도 한다. 결국 그가 강력한 혈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상실에서 비롯된 집착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을 되찾으며 드러나는 인간적인 면모는 관객을 복잡한 감정에 빠뜨린다. 미움과 연민이 교차하는 순간, <귀멸의 칼날>이 전하려는 진짜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뛰어난 화면 작화와 좋은 캐릭터가 만드는 <귀멸의 칼날>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단순한 액션 애니메이션을 넘어, 끈기/따뜻함/상실감이라는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다룬다. 애니메이션 그래픽 회사인 언포테이블 특유의 정교한 작화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아름다운 무한성의 이미지와 공간을 활용한 액션 연출은 압도적이다. 특히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공간과 호흡감 있는 전투 연출은 극장에서 경험해야 할 장면들이다.
영화의 음향 역시 큰 장점이다. 숨을 고르는 소리, 칼이 부딪히는 울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잔향은 관객을 그 싸움 한가운데에 놓는다. 다만 중간중간 길게 이어지는 회상신은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이는 <귀멸의 칼날> 시리즈 전반의 정서적 특성이자, 인물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앞으로 개봉할 후속편에서도 이 방식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귀멸의 칼날>은 26일 오후 7시 기준 누적관객수 200만 명을 달성했다(27일 영진위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앞으로 이어질 종장 3부작의 두 번째 영화는 2027년, 세 번째 영화는 2029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다시 한 번 다양한 캐릭터들의 감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이야기 속 무잔의 존재는 이 시리즈에서 '절대악'의 얼굴을 한다. 그는 단순히 강력한 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인간을 지배하려는 공포와 욕망 그 자체다. 무잔에게는 인간적 감정이 지워져 있으며, 그가 움직이는 동력은 오직 자기 생존과 권력에 대한 집착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집착은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무잔은 관객에게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가 증폭된 존재로 다가온다.
이 절대악의 서사는 시리즈 전체를 긴장감 있게 만든다. 무잔은 탄지로의 끈기, 그의 따뜻함, 아카자의 상실감과 대조를 이루며 '인간다움의 부재'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무잔과의 대결은 단순히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라, 인간성의 존속을 위한 싸움처럼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 무잔이 짧게나마 드러내는 존재감은 앞으로 이어질 종장의 방향성을 예고한다. 무잔은 결국 '감정이 없는 자'로 그려지지만, 바로 그 공허함이 가장 큰 위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어질 무잔과의 마지막 대결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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