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딸이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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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서른이 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옴진리교 교주의 딸이라는 족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버지가 교주였던 옴진리교에서 그녀는 '아차리'라는 종교명을 받고, 종교적 지위를 부여 받았다. 그녀는 말한다. 13살 아이가 무엇을 알았겠냐고. 그렇게 자신에게 종교적 지위를 부여하는 게 어떻게 보면 또 다른 학대의 행위가 아니겠냐고. 하지만, 사람들은 아버지가 잡힌 후에도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의심한다.
범죄자의 친족에까지 형사적 책임을 묻는 '연좌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이후로 공식적으로 금지됐다. 또한 헌법에는 개인의 행위를 친족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 '연좌제'의 족쇄가 잔존한다.
마쓰모토 리카 역시 이러한 '연좌제'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교단 안에서 자란 아이 리카는 교단 밖의 세상을 감히 넘어서지 못했다. 아버지가 잡혀가고 교단을 스스로 나오는데 4년이나 걸렸다. 하지만 교단 밖의 세상에서 그녀는 여전히 '옴진리교의 아이'였다.
대학에 가고 싶어 입시 원서를 냈지만 대학마다 그녀를 거절했다. 다음 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입학할 수 있었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런 식이었다. 자주 이사도 다녀야 했다. 정착이 허가 되지 않았고, 학교에서는 당연히 '배제'됐다. 다큐 감독이 그녀를 만났을 무렵, 그녀는 설렜다고 한다.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누군지 알려지자 마자 회사에서 해고됐다. 외국에 가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리셋하고 싶어 했다. 옴진리교 교주의 딸이라는 걸 모르는 곳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자신은 그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옴진리교 교주의 딸로 태어났을 뿐이라고.
그런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에 대한 열망과 함께, 그녀에게는 딜레마가 있었다. 테러 사형범으로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아버지 아사하라 쇼쿄의 딸이기도 했던 것. 그녀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사형시켜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백한다. 스스로에게조차 거짓말을 했다고. 물론 아버지가 벌인 일은 용서 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런 아버지라도 자신의 아버지였기에, 사형에 반대했다고 말이다. 자신의 책을 통해 비로소 진심을 털어 놓으니 그제서야 홀가분해졌다는 그녀였다. 그녀는 아버지의 사형 반대 모임에 나선다. 진실을 아버지의 입으로 듣고 싶다고 말한다. 재판 과정에서 정신착란 증세를 벌인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치료 받게 해서, 아버지의 입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게 꼭 사형이어야 하냐는 딸의 솔직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그녀의 고백조차 아버지의 지령으로 해석하려 했다.
따가운 여론에 무너진 그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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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랜 시간이 흘러 2018년 갑자기 사형을 집행한다. 사형수 아버지를 둔 자신의 처지가 말기암 판정을 받은 부모를 봉양하는 자녀의 심정이라 말하던 리카. 그러나 그런 자식의 심정은 옴진리교 교주의 죽음을 둘러싼 따가운 여론에 다시 한번 무너지고 만다.
아버지도 인간이었다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인간이 그렇게 대량학살을 할 수 있겠냐며 죽음을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아버지를 위한다면 네 장기라도 팔아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등의 언어 폭격을 맞았다.
자신의 이름을 짊어지고 사는 게 버거워 죽고 싶다고도 했던 그녀는 하지만, 주저앉는 대신 자기 앞에 닫힌 문을 하나씩 여는 것을 택한다. 뜬금없이 보디 빌딩 대회에 출전한 그녀. 이렇다 할 직업마저 가질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힘으로 세상과 연결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며 웃는다. 또 다른 닫힌 문이었던 아버지의 친지들을 만나며 자신처럼 고통받았을 그들의 처지에 가혹한 현실을 체함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아버지의 유골을 돌려받기 위한 법정 싸움에서 거듭 패소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살인자의, 그것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살인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삶을 잃은 한 사람의 이야기는 여전히 길게 드리워진 연좌제의 그림자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진실을 알기 위해 아버지의 구명에 나서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걸 선택할 수 없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회에서, 리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이중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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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살인자의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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