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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의 새로운 시도, 분기점이 될 수 있을까?

[K-POP 정독하기] 아이브(IVE) 4번째 미니앨범

25.08.27 10:46최종업데이트25.08.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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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브 컨셉아트
아이브 컨셉아트스타쉽엔터테인먼트

데뷔 4년 차를 맞은 아이브의 미니 4집 < IVE SECRET >은 그간의 활동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 ELEVEN >에서 시작된 나르시시즘적 자신감이 < LOVE DIVE >와 < After LIKE >를 거쳐 완성형을 이뤘고 < I AM >에서 자아성찰로, < IVE EMPATHY >에서 공감과 연대로 확장되어온 그들의 정체성 탐구가 이번 앨범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회한다. 3년간 함께해온 프로듀서 라이언 전과 결별하며 새로운 시도를 단행한 아이브는 이제는 '나'의 내면에 깔려있는 복합적인 욕망과 감정에 집중한다.

지난 흥행 공식과 '의도된 거리두기'

아이브의 이전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본다. 초기 3부작 < ELEVEN > < LOVE DIVE > < After LIKE >는 '자기애'라는 일관된 테마 아래 Y2K와 뉴잭스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었다. 이후 정규 1집 < I've IVE >에서는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의 장르를 시도했다. 프로듀서 라이언 전의 프로듀싱 하에서 아이브다운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니 4집 < IVE SECRET >은 이 모든 공식과 거리를 둔다.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운드 팔레트의 급격한 전환이다. 이전 작품들이 멜로디컬한 신스팝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번 앨범은 타이틀곡부터 힙합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타이틀곡 'XOXZ'에서는 808 베이스라인과 브라스 스택션을 주로 활용하며 그간 활용했던 사운드와는 다른 음향을 만들어낸다. 'Dear, My Feelings'에서는 인디 팝의 몽환적 분위기를 차용한다. 리버브(울림 효과)가 깊게 적용된 신시사이저 패드와 어쿠스틱 기타의 조합은 빌리 아일리시나 클레이로 등 2020년대 얼터너티브 팝 아티스트들의 사운드를 연상시킨다. 청각적으로 아름답지만 앨범의 전체적 흐름에서는 이질감을 준다. 다음 트랙 'GOTCHA (Baddest Eros)'을 통해 다시 분위기를 급선회한다. 하드 신스와 트랩 비트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트랙은 'Dear, My Feelings'의 여린 감성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런 급격한 무드 전환은 앨범의 비밀스러운 콘셉트를 뒷받침한다.

불안정한 구성, 하지만 고무적인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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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안정 구간에 도달한 아이브가 굳이 이전의 흥행공식을 벗어나 실험을 선택했다는 건 의미 있는 결정이다. 같은 소속사의 후배 그룹들과의 차별화를 모색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 데뷔 4년 차 아이돌그룹으로서 정체되지 않아야 하는 고민을 고려할 때 이런 변화는 불가피했을 것이다.

늘 새로운 시도는 환영해야 하지만 불안정한 구성은 숨기기 어렵다. 앨범의 유기적인 응집력이 부족하다. 6개 트랙이 각기 다른 장르와 무드를 추구하다 보니 하나의 완결된 서사나 음악적 일관성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사운드적인 도전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멤버들의 보컬에도 아쉬움이 느껴진다. 아이돌스러운 정제된 보컬 톤이 'GOTCHA'와 'Wild Bird'에는 오히려 미스매치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도 몇 가지 성공적인 지점들이 있다. 'XOXZ'의 힙합 사운드를 타이틀로 내세우고 'Dear, My Feelings'의 몽환적 사운드로 앨범의 균형감을 맞춘 선택은 유효했다. 각 트랙이 차용한 사운드가 다채로워 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점차 확장시키려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도전

미니 4집 < IVE SECRET >은 아이브에게 있어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완성형 걸그룹'이라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는 늘 가치 있는 일이다. K-pop 산업에서 아이돌로서 지속가능한 커리어를 위해서는 이런 변화가 필수적이다. 현재 스트리밍 시대에서는 한 곡의 히트보다는 앨범 전체의 다양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문화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무드의 곡들을 가진 아티스트가 더 많은 청취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IVE SECRET>의 실험성은 어쩌면 미래 지향적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아이돌 그룹'을 넘어 '아티스트'의 자리에 손을 뻗어 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비록 완전히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축적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정체성에 한 걸음 가까워질 것이다. 확실하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은 아니겠지만, 이번 앨범이 아이브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분기점이 될 만한 도전이기를 바란다.

 아이브 'IVE SECRET' 앨범커
아이브 'IVE SECRET' 앨범커스타쉽엔터테인먼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아이브 IVE 아이돌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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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겸 플랫폼 노동자. 음악-영화-책 감상이 유일한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