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자연인스틸컷
스톤워크
조악함조차 무기로 삼는 패기
2년 만에 개봉에 이른 이 영화는 앞선 작품들보다 전격적이다. 또 한 번 한국영화 가운데서 비슷한 작품을 생각할 수 없는 낯선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는 두 명의 유튜버가 겪는 괴이한 소동을 다루었다. 공포 유튜버 인공(변재신 분)과 친구인 댄스 유튜버 병진(정용훈 분)이 그들로, 이들이 인공에게 들어온 제보를 받고 찾은 산골짜기에서 귀신 못잖게 '괴랄한' 인물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여정은 시작부터 꼬이기만 한다. 하는 일마다 여물지 못하고 생각이 짧은 병진이 사고를 친 탓으로 인공의 스마트폰이 고장 나는 게 그 시작이다. 이후 벌어질 소동을 위하여선 연락부터 두절돼야 하는데, 마침 딱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제보자를 만나지 못한 채로 그냥 돌아갈까 뭐라도 찍어볼까를 고심하는 이들 앞에 떡 하고 등장하는 얼굴에 숯검댕을 잔뜩 칠한 남자, 실제로 만났다면 혼비백산할 외양을 한 이가 있다. 가만히 보고 듣자면 정상인 듯도 한데, 또 매 순간 도무지 정상이 아닌 듯한 이 사내의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영화는 진지하게 각잡고, 때로는 놀이처럼 마구 찍어내기 시작한다.
구태여 장르를 적자면 역시 서스펜스일까. 공포 유튜버가 제보를 받고 낯선 산중을 찾는다는 것부터 시작한 영화는 처음부터 대부분의 시간 동안 관객 앞에 가장 중요한 사실을 내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영화엔 모종의 긴장이 감돈다. 아예 주인공들이 겪는 이 모든 일이 도깨비와 새벽 내내 씨름을 한 줄 알았더니 나무를 붙들고 있었다던 옛 이야기처럼, 한바탕 신기루 같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도무지 현실감 없는 이야기가, 그러나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상황이 관객에게 이질적이면서도 진지한 재미를 준다.
여러모로 조악하게 보이는 연출과 소품, 연기지만, 또 그를 그대로 영화의 맛과 멋으로 활용하는 솜씨가 전작 그대로의 노영석만의 색깔인 듯 자연스럽다. 이 정도면 허술함과 조악함이야말로 영화가 완성되는 데 꼭 필요한 재료가 아닌가 싶어질 정도다. 그렇다고 흔한 B급영화처럼 극적 재미나 완성도까지 한 걸음 물러난 것이 아니란 점은 작품이 서독제와 같이 나름의 권위를 가진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무시할 수 없는 매력, 황당하지만 분명한 긴장과 조잡하지만 선명한 재미가 < THE 자연인 > 가운데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THE 자연인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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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어디에도 없다, 이 영화의 가치
< THE 자연인 >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도 없는 작품이라는 점이겠다. 새롭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실험적이며, 감독 본연의 색채가 가득하다는 점에선 개성적이다. 독창적인 이 작품은 그대로 한국 독립영화가 분명히 저 나름의 존재가치를 갖고 있다는 증명이 된다. 말하자면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하여 제가 한국영화계의 귀한지는 몰라도 어쨌든 자산이긴 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영화팬을 자임하는 이 치고 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아쉬운 대목을 적지 않을 수 없다. 다름 아닌 결말이다. 색깔 강한 감독이 자주 그러하듯, 그는 어찌됐든 영화를 제 손으로 갈무리하고자 한다. 그러나 영화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듯 마치 도깨비 놀음마냥 괴랄하고 낯설다. 그 자체가 너무나도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이야기여서 도리어 이와 같은 이야기를 잃어버린 오늘의 한국 관객 입장에선 이색적인 인상마저 안길 정도다.
그러나 작품은 이를 열린 결말이라거나 도깨비와 관련된 초현실적 무엇으로 남겨두지 않고 관객의 사고를 닫는 이야기로 한정시킨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차마 적을 수 없는 그 결말은 시종 이어진 이야기보다 못하여 관객을 실망케 한다. 이 선택만 아니라도 같은 영화가 더 나아질 수 있었으리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세상은 확실한 정답이 없어 매력적일 때가 있다. 마치 정석에서 벗어날수록 매력을 더하는 이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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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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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감독이 찍은 화제의 독립영화 'THE 자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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