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로제타> 공연 사진
옐로밤
8월 23일 개막해 3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로제타>에는 김성령을 비롯해 연기 경력 49년을 자랑하는 고인배, 견민성, 원경식, 이경구, 김하리, 브래드 버지스, 엠마 수 해리스, 김소원(스윙)이 참여한다. 브래드 버지스와 엠마 수 해리스는 리빙 시어터 소속 배우로, 브래드 버지스의 경우에는 예술감독을 맡고 있기도 하다.
무대 위 배우 8명은 모두 로제타를 연기하고, 경우에 따라 로제타의 주변 인물을 겸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만큼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사용된다는 점도 실험적이다. 외국어가 사용될 때 자막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지만, <로제타>는 의도적으로 자막을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 출신 의료 선교사 로제타가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느꼈을 언어적 이질감을 관객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연극 <로제타>는 로제타의 일기에 바탕을 둔 채 그녀의 일생을 따라간다. 로제타가 조선 땅에 활동하던 시기에는 당연히 남성 의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당대 여성 환자가 남성 의자에게 몸을 드러내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 것으로 취급되었다. 이에 로제타는 여성 병원을 설립해 여성 의료에 헌신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살을 떼어내 어린아이의 피부 이식 수술을 진행하기도 하고, 시각장애인 학교를 설립해 한글 기반 점자를 최초로 만들기도 한다. 배우 8명이 구현하는 로제타의 삶에는 아낌없이 주는 사랑, 희생과 헌신이 묻어난다.
▲연극 <로제타> 공연 사진
옐로밤
존엄한 인간들의 이야기
다만 김정한 연출가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어떤 메시지를 주려는 마음은 없다"고 말한다. 로제타는 분명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지만, 연극 <로제타>에서는 교훈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시도를 발견하기 어렵다. 로제타의 삶을 온전히 따라가는 동시에 같은 시대를 살며 로제타와 스쳐간 많은 사람들에게서 존엄한 인간 서사를 길어낸다.
극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페이스로 함께 달려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나이 든 사람의 정제된 달리기, 지체장애인의 힘겨운 걸음, 시각장애인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기어가는 아기의 전진 등. 배우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저만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을 묘사하는데, 이 장면에서는 저절로 경외심이 느껴진다. 존엄한 인간이 존엄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존엄하게 살아가는 인간이 타인을 존엄하게 대하는 모습 역시 극에 등장한다. 시각장애인과 대화할 때 눈을 감고 세계를 공유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때는 무대와 객석이 모두 암전되기도 하는데, 덕분에 관객도 세계를 공유할 수 있다. 그 순간 관객은 오직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 느낄 수 있고, 그 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이처럼 <로제타>에는 숭고함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다양한 기법을 시도한다. 김정한 연출가는 공연 시작에 앞서 "연극은 관람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연극의 실험을 즐기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말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한편 8월 30일에는 공연 종료 후 연출가와 배우 전원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가 진행된다. 명동예술극장에서의 공연을 마친 후에는 9월 5~6일 부산 영화의 전당 무대에 오르고, 27~28일에는 일본 돗토리현에서 개최되는 베세토 페스티벌에 초청작으로 참여한다.
▲연극 <로제타> 공연 사진
옐로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배우 8명이 단 한 명의 '로제타' 연기... 배우 김성령도 출격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