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서 스타 배우 정희란을 연기한 배우 이하늬.
넷플릭스
이 제목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감흥을 갖기 십상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1980년대를 풍미했던 성인 영화를 생각하며 불온한 상상을 할 수도, 누군가에겐 향수가 될 수도 있는 <애마>가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그것도 2025년 8월 22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다.
40여 년 전 영화 <애마부인>이 당시 정권과 영화인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철저하게 기획된 산물이라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그 시스템에서 분투하는 여성 배우들을 바라본다. 결기 어린 진지한 드라마가 아닌 시대상을 풍자하며 제법 코믹하게 다룬다는 데에 차별성이 있다. 8월 19일 출산을 앞둔 배우 이하늬를 온라인 인터뷰로 만날 수 있었다.
이하늬가 연기한 정희란은 말대로 당대 스타 배우다. 하지만 시대적 비극일까. 어떻게 해서든 벗기려 하고 말초적 연기를 요구하는 영화계에 신물이 나 있는 상태다. 드라마 <애마>는 자신에게 들어온 애마부인 역을 거절하고 권력에 맞서는 희란, 그리고 신인배우로서 결국 애마부인을 연기하게 된 신인 신주애(방효린)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길 다룬다.
겉모습과 말투부터 새로 태어나다
단순히 시대상만 재현한 게 아니다. 과거 영상에서 봤을 법한 서울 사투리, 특히 대외 말투와 사적 말투가 극명히 달랐던 배우들의 말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하늬는 "다소 과장된, 그리고 비음이 섞인 말투를 꽤 연습했고, 의상 또한 스태프들과 상의하며 오랜 시간 준비했다"고 운을 뗐다.
"옷은 정말 수많은 참고자료가 있었다. 엄마와 고모가 예전에 입었을 것 같은 옷들을 스태프들이 찾아오셔서 그대로 입기도 했다. 장신구들도 선이 굵고 알맹이가 큰 것들이 많던데 지금 유행하기도 하잖나.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 싶더라(웃음). 제가 1980년대에 태어나서 합벅적으로 <애마부인>을 당시엔 못 봤지만,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쭉 찾아봤다. 배우분들 연기와 달리 성우 연기가 들어가서 이질적이라 놀랐는데, 박정자 선생님께서 성우 연기하신 걸 보며 저만의 톤을 찾으려 했다. 그런 데서 어떤 분들은 코믹함을 느끼실 것 같다."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영화 제작자, 관계자들에 유쾌하게 맞서는 캐릭터이기에 당시 시대상을 몸소 체화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이하늬는 "화려한 1980년대를 묘사했지만 동시에 폭력에 눌려 있는 사람들이 투쟁하는 역사 일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했다"며 나름의 해석을 밝혔다. "요즘은 많이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좋아졌다지만, 우리 각자가 서 있는 지점에서 투쟁해야 할 것도 있기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와닿는 작품"이라 이하늬는 말했다.
"저도 사실 과거 충무로 시대 끝물에 데뷔한 배우라 신인 땐 놀라거나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어떤 폭력은 반복되면 굳은살처럼 돼서 아프다는 말조차 하찮은 취급을 받기도 하잖나. 그래서 <애마>가 더 반갑다. 웃으면서 그 이야길 승화해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구나 싶었다. 여자로서도 반가운 작품이었다. 이런 얘길 웃으면서 건강하게 전할 수 있어서 설레고 떨렸다.
과거 영화계 분위기도 제가 직접 취재까진 못했지만, 비화처럼 전해지는 이야길 감독님과 많이 나눴다. 그때는 완성된 시나리오로 연기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감독이 보태가며 했던 시대였잖나. 지금 같은 시대에 감독의 부당한 지시가 있다고 하면 매니저에게 '시동 걸어! 집에 가자'고 말하면 된다고, 우리끼리 농담 삼아 주고받은 기억도 있다(웃음). 요즘에도 부당한 일은 있잖나. 시대마다 희란처럼 뭔가 바꿔보려 한 사람들이 있기에 나아지는 거라 생각한다.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투쟁하는 게 역사로 만들어진다고 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서 스타 배우 정희란을 연기한 배우 이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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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일은 파도를 겪는 것과 같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유령>에 이어 이하늬는 이해영 감독과 다시 만나게 됐다. 최근 시대극을 연출해 온 이해영 감독이 <애마>를 통해선 더욱 확고한 연출관을 담아냈다는 게 이하늬의 전언이었다. 배우들 입장에선 대역을 거의 쓰지 않고 말을 탄다거나, 섬세한 감정 연기를 반복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하늬는 "마치 절벽에서도 믿고 떨어지는 심정으로 맡겼다"고 회상했다.
"<유령> 때도 정말 연출의 장인이었는데 이번엔 미치광이가 된 것 같았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에서 그런 섬세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어려운데 그걸 해내시더라. 이번에 만난 방효린씨도 참 좋았다. 순수한 에너지를 간직한 채 연기해주셨는데 시청자분들이 꼭 봐주셨으면 한다. 제게 욕하는 장면을 어려워하길래 이런 저런 얘길 해줬는데, 촬영 때 정말 눈빛부터 강렬하더라. 감독님에게 제가 일러바칠 정도로 체화가 강한 배우였다.
<극한직업> 이후로 해당 멤버들끼리 소통방이 있는데 진선규씨는 언제 봐도 좋다. 이번에 좀 나쁜 영화 제작자를 하셨는데 당시 <아마존 활명수> 촬영과 겹쳐서 브라질에서 온 지 얼마 안됐음에도 정말 잘 해주셨다. 현장서 기립박수를 친 기억이 있다. 신인 감독 역의 조현철 배우도 만날 때마다 행복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논할 배우는 이미 아닌 것 같더라."
마침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둔 터라 유쾌한 투쟁기를 다룬 <애마>가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이하늬는 "극중 희란처럼 저 또한 결혼하고 출산하며 매 작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선택받기가 어렵고,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만 고달픈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마다 부당한 일은 이어지고 있으니까. 다만 배우라는 직업 자체는 파도를 피할 수 없는 직업 같다. 얼마나 그걸 의연하게 타면서 갈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파도에 맞서거나 적당히 즐기며 타거나, 혹은 휩쓸리거나 말이다. 여성 인권도 중요한데 모든 인권이 소중하다. 서로 질투하지 않고 연대하면 세상이 더 따뜻해질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제가 자식이 있다 보니 내 다음 세대가 살 세상이 좀 더 좋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전 세대의 투쟁 덕에 제가 지금을 살고 있듯이 우리가 당면한 지금 문제를 무시하지 않고 수면 위로 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 환경 문제든 무엇이든 그게 어른의 책무감같다. 출산하면서 그 생각이 더 강해지기도 했고, 희란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최근까지 이하늬는 노희경 작가 신작 <천천히 강렬하게> 촬영을 마쳤고, 하정우 감독 영화 <윗집 사람들>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출산 예정일까진 최대한 몸조리하며 지낼 것이라던 그는 <애마>의 공개와 시청자들의 반응을 사뭇 궁금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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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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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로 성인 배우된 이하늬? "부당함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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