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스틸컷
HBO
뒤웅박에 만족할 수 없던 여성들의 투쟁
드라마는 산사를 비롯한 여성들이 수도에서 살아남는 모습을 비춘다. 산사와 같이 명망 있는 귀족 가문의 딸조차 결혼의 상대자가 아니면 특별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가문의 후광 없이는 무엇도 될 수 없고 할 수도 없는 여자인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 세계관 아래 등장하는 대부분의 직업을 여자들은 맡아 해낼 수가 업다. 관료도 될 수 없고 전문가로 기술을 배울 수도 없다. 오로지 귀부인과 창녀 뿐, 다른 어떤 가능성이 여성들에게 허용되는가.
그 속에서 여성들의 선택은 결혼에 집중될 밖에 없다. 더 나은 가문, 더 나은 남자와 결혼해 제 상황을 낫게 하는 것, 그럴 수 없다면 산사가 그러하듯 끝없이 고통 받게 되고 만다. 그녀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녀와 맺어진 남자의 문제 때문에.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산사를 비롯한 여성 캐릭터들을 매우 인상적으로 활용한다. 유럽 중세시대를 모티브로 삼아 창조한 세계관 가운데서, 여성의 역할이란 앞서 언급한 조선시대 여성상과 얼마 다르지 않음에도 드라마는 그녀들의 삶과 선택에 집중한다. 실제로도 그러했듯 여성과 남성의 삶은 철저히 구분돼 건너가기 어려운데, 드라마는 도리어 그를 재료로 삼는다.
첫 시즌, 산사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그녀는 다른 규수들과 함께 방 안에서 수를 놓고 있다. 반면 아들인 브랜은 바깥에서 활을 쏜다. 산사는 그에 문제의식이 없지만, 수 놓기가 영 성에 차지 않는 둘째딸 아리아는 활을 잡길 갈망하는 것이다. 제가 동생인 브랜보다 훨씬 더 활을 잘 쏘는데, 어째서 방 안에서 수나 놓아야 하는가. 어째서 여자는 가문의 깃발을 나부끼며 전선에 나서는 기사가 될 수 없단 말인가. 인간의 재능도, 욕구도 막는 제도와 문화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는 게 아닌가.
▲왕좌의 게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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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과 압제에 저항하기, 이 작품이 둔 승부수
철저하게 혈통과 계급에 따라 작동하는 사회상 가운데서도 남녀의 구분은 확연하다. 왕위며 작위가 세습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적장자라도 계승 서열에서 남성에게 밀린다. 오로지 아들이 없는 경우에만 가문과 작위를 승계할 수 있다. 반란으로 칠왕국 왕좌를 잃고 간신히 살아남은 타르가르옌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는 대너리스(에밀리아 클라크 분)인데, 그녀는 가문 내 단 한 명의 사내만 있어도 계승서열에서 밀릴 수 있는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오로지 여자인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는 그대로 여성이 스스로에 대한 억압에 저항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 시즌에서 남자는 활을 잡고 여자는 자수를 놓던 그 구분으로부터 벗어나 여성이 칼을 쥐고 영주가 되기까지의 여정으로 나아간다. 그 가운데 여자의 몸으론 허용되지 않는다 여겨져온 기사가 되는 이가 있고, 암살자가 되어 가문의 복수를 하는 이도 있으며, 가문 가운데 처음으로 왕위에 오르는 이도 있다. 하나하나가 당대 여성은 해낼 수 없으리란 편견에 반하는 일이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로, 모든 것이 남자에게 달렸다는 자조에 맞서는 일이다.
시즌4는 그중에서도 여성에 대한 억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시즌이다. 가문 가운데 가장 영리한 이도, 태어나 평생에 걸쳐 동경한 꿈이 있는 이도, 그저 소박한 기대만 품었던 이도,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로 당해내기 어려운 고난과 마주한다.
중세 봉건시대를 바탕으로 창조한 <왕좌의 게임> 속 세계관이 오늘의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과는 천양지차일 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주목한 불평등과 억압의 지점이 소구력을 발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건 여전히 이 시대에 해소되지 않은 차별이, 편견이, 억눌리는 욕구와 자연스런 열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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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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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운명의 주인 되려는 여성들의 투쟁... '왕좌의 게임'이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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