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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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깨는 일, 비난받아야 할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극 가운데 도성을 장악한 가문은 왕의 수관인 타이윈 라니스터(찰스 댄스 분)가 가주로 있는 타이윈 가문이다. 죽은 국왕 로버트 바라테온(마크 에디 분)의 왕비이자 새로 즉위한 조프리 바라테온(잭 글리슨 분)의 어머니인 세르세이 라니스터(레다 헤디 분)는 타이윈의 딸로, 권력의 중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한다. 그녀에겐 비밀이 한 가지 있는데, 다름 아닌 쌍둥이 남동생이자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인 제이미와의 관계다. 그녀는 전 국왕 재임 시절 킹스가드였던 제이미와 내밀한 사이였고, 조프리를 비롯해 낳은 아이들 전부도 제이미와의 사이에 생겨난 결과였던 것이다. 스타크 가문 가주이자 전임 수관이던 네드 스타크와 그 전 수관인 존 아린은 이 사실을 알고 파헤치다 죽음을 맞는 것으로 묘사된다.
요컨대 근친상간이다. 실제 역사 가운데서도 고대와 중세, 근대를 막론하고 특히 왕족이며 귀족들 사이에서 흔히 발견되는 근친혼의 반영이다. 가장 유명한 것은 서 유럽 최고 명문가 중 하나인 합스부르크 가문 사례다. 13세기부터 20세기 초엽까지 오스트리아를 거점으로 중부 유럽의 패권을 놓치지 않은 이 가문은 신성 로마 제국 황제를 비롯해 독일과 스페인, 포르투갈,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수많은 국가의 국왕 작위를 가졌다. 특히 합스부르크 가문의 스페인 왕조는 카를 5세로부터 카를로스 2세에 이르는 동안 6촌 내 혈족 사이 결혼을 지속하며 유전적 영향으로 정신과 육체질환을 동시에 나타낸 것으로 유명하다. 가톨릭을 믿는 가문과 최고 수준 명문가라는 교집합을 충족시키는 가문이 전 유럽에 사실상 얼마 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말하자면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를 넘지도, 더 낮은 수준의 가문과 결합하는 것이 금기시 됐기에 근친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왕좌의 게임> 시즌3는 세르세이와 제이미 사이를 진솔한 사랑처럼 묘사한다. 당대 웨스테로스 대륙 전체에서 유명한 빼어난 용모는 물론이고, 쌍둥이라는 특별한 관계성으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며, 결혼도 아이도 가질 수 없는 킹스가드란 신분과 남편인 국왕 로버트가 박대하는 상황까지가 이들의 사랑을 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가문의 명예를 다른 무엇보다 신경 쓰는 아버지 타이윈을 비롯해 즉위한 조프리 왕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몰래 관계를 이어가지만 조금씩 소문이 퍼져나가는 걸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이들의 사랑이 깊어지는 것 또한 어찌할 수 없다. 시리즈 가운데는 이 둘 말고도 근친상간이라 불릴 수 있는 관계가 더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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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긋고 넘나드는 일, 그것이 주는 효과
시리즈는 근친상간 외에도 동성애 또한 부각한다. 명문가 출신의 미남자 로라스 티렐(핀 존스 분)과 렌리 바라테온 등이 맺는 관계를 비롯해 여러 인물이 남몰래 동성애 관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당대 시각에서 결코 떳떳하게 내세울 수 없는 것이지만, 이들은 피어나는 마음을 억누르는 대신 남들의 시선을 피해 관계를 이어가길 선택한다.
시즌3는 마치 금기를 범함으로써 일어나는 효과를 의도하기라도 한 듯, 수많은 금기를 설정하고 이를 어기는 이들의 모습을 부각한다. 북부 장벽을 책임지는 밤의 경비대는 킹스가드와 마찬가지로 결혼도 않고 아이도 갖지 못하며 토지도 소유할 수 없는 신분이다. 그를 통해 사리사욕을 원천 차단하고 사명에만 충실하도록 한다는 게 원작과 드라마의 설정인 것이다. 그러나 시즌3는 샘웰 탈리(존 브래들리 분)가 장벽 너머에서 데려온 여인에게 마음을 품고 남다른 관계를 맺는 모습 또한 부각한다. 마치 오늘의 성직자를 떠올리게 하는 킹스가드며 밤의 경비대 인물들로 하여금 저의 금기를 넘도록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리즈엔 마녀가 아이를 산 채로 태운다거나 그러한 제물을 통하여 특별한 효과를 의도하는 등의 금기 또한 등장한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금기를 범하는 이와 끝까지 그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이가 나뉘는 가운데, 보는 이는 금기가 대체 무얼 위해 존재하는지, 또 지켜져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왕좌의 게임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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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통해 얻어낸 선명한 효과
그 종장에 이르러서도 드라마는 금기를 깬다. 제 집에 든 손님을 해하지 않는다는 기초적 규율을 프레이 가문이 어기며 성에 든 이들을 결혼식 중에 학살하는 것이다. 시리즈 전체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일명 '피의 결혼식'으로, 당대의 윤리와 도덕은 물론 기사의 명예조차 짓밟는 금도를 이들이 범하고 만 것이다.
시리즈 내내 지속적으로 금기와 금기를 범하는 이들을 부각한 드라마는 이를 통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금기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끈다. 우리가 금기라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를, 그것이 지키는 것과 해하는 것이 무언지를 알도록 한다. 때로 어떤 금기는 좋은 것을 해하고 나쁜 것을 일으키지만, 또 다른 금기는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외도, 근친상간, 동성애, 서약을 깨는 일, 불충, 배신, 살인 등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금기를 부각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중 일부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금기이며, 또 어느 것은 금기가 아닌 선택의 대상이 되어 있다. 동성애만 하더라도 미국은 50개주 모두가 결혼까지 합법화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고, 또 어느 문화권에선 지극한 범죄로까지 여기고 있는 것이다. 금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혹자는 <왕좌의 게임> 시즌3가 너무나 많은 금기를 범하여 불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금기를 범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금기가 무엇인지 다가서 확인하는 것 또한 용기다. 그 용기가 때로는 유익하게 작용한다. 어떤 금기는 그 수명이 다하여 이로움보다 해악이 많다는 걸, 또 다른 금기는 그 반대라는 걸 다가선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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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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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이 금기를 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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