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브 브라더스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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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다루는 남다른 자세
이 회차의 주인공은 의무병 유진(셰인 테일러 분)으로, 모르핀을 비롯해 붕대와 혈장, 주사기, 가위 등 기본적인 구급약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 부대원들을 처치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퇴로가 잘린 상황에서 바스토뉴 숲의 후방은 불과 얼마 떨어진 작은 마을이 전부인데, 바스토뉴에서 부상을 입은 이들을 간호사 두셋이 지탱하는 마을 간이병원으로 후송하는 장면이 거듭 등장한다.
폭격, 처치, 구급약품 수급과 후송, 다시 폭격이 반복되는 에피소드다. 적에 대한 반격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의무병이 폭탄이 떨어지는 전선을 오가며 침착하게 처치하는 모습만이 보여질 뿐이다. 죽음이 일상화된 상황 속에서 이제까지의 주역이던 전투병들을 한 걸음 떨어져 의무병의 시선에서 그리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의무병의 일상은 전투병 못지않게 고된데, 아비규환의 상황 속 '메딕'을 외치는 이들에게 달려가 피를 막고 처치하고 수많은 죽음과 고통에 마주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야 비로소 이제껏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부대원 모두와 거리감을 두었던 그의 태도에 수긍이 간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엔딩이라 꼽을 만한 '바스토뉴'의 결말은 전쟁이란 것이 얼마만큼 비인간적인 것인지를 알도록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 할리우드에서도 최고라 꼽는 이들이 공들여 제작한 작품이다. 어느 에피소드, 작은 배역 하나도 가볍게 지나치지 않는다. 마이클 패스벤더, 제임스 매커보이, 앤드루 스콧, 톰 하디, 사이먼 페그 같이 이제는 세계적 명우가 된 이들이 작은 배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무엇보다 실존인물과 꼭 닮은 배우를 찾아 연기하도록 한 결정은 여러 배역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마치 실제 전장 속 인물들의 관계를 마주하듯,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와 대화가 이어지고, 전쟁이란 정말이지 몹쓸 것이라는 결론을 안긴다.
말하자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최고의 전쟁물이다. 이제껏 그 어떤 작품도 이루지 못한, 혹은 최고 수준의 작품이 도달했던 지점을 두루 꿰어낸다. 한국전쟁을 거치고 결코 아름답지 못한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 소위 베트남전에도 참전했던 한국이다. 이라크전에도 비전투부대를 파병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포탄 수십만 발을 보내기도 했다. 전 세계 방위산업, 무기수출 강국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그 스스로도 여전히 휴전국으로 젊은 남성들을 북한과 대립한 최전선에 보내어 복무토록 하고 있는 나라다. 이 시대 전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한국인으로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보는 감상은 그래서 복잡하고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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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