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스틸.
판씨네마(주)
액션을 위한 서사, 액션을 위한 캐릭터들
<발레리나>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형식적 야심과 전형적인 서사의 충돌이다. 영화는 시각적으로는 다채롭고 신선한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 내지만, 서사적으로는 가장 진부한 복수극 공식을 답습한다. 확실히 추가 촬영을 했다는 3막의 액션 시퀀스는 가장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화염방사기 액션씬은 현실을 초월하는 만화적인 쾌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추가촬영 비하인드는 역설적으로 <발레리나>가 영화 자체만이 갖고 있는 서사적 정체성이 희미하다는 걸 증명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영화는 오로지 액션을 위한 안전장치로서 안전하고 진부한 서사를 가져다 쓴 것이며, 액션 클립들을 엮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발레리나>는 액션 시네마의 형식적인 발전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을까? 신체와 무기를 활용한 폭발적인 액션 연출은 점점 발전하지만 할리우드가 여성 캐릭터의 액션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방법론은 2010년대 이후 여전히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영화는 존윅 프랜차이즈 세계관의 스핀오프로서, 여성 액션영화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발레리나>라는 영화의 정체성을 되짚어 보고자 했을 때 떠오르는 건 네온 조명빛을 받아내는 아나 디 아르마스의 얼굴 뿐이다. 향후 이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어느 영역까지 확장할지는 미지수지만, 차후에는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발레리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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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겸 플랫폼 노동자. 음악-영화-책 감상이 유일한 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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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여성 액션, 그러나 '발레리나'의 정체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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